1930년대 프랑코독재 때 좌익가정 아이 빼앗아 입양… 법원, 행방조사 명령
“어머니는 갓난아이 때 헤어진 동생을 평생 그리워했다.”
스페인 롬빌로에 사는 안토니오 프라다 기론 씨(65)는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기론 씨의 동생은 60여 년 전인 1930년대 후반 태어난 직후 정부에 강제로 ‘입양’됐으며 그 뒤 행방이 묘연하다.
그의 동생은 스페인에서 1939∼75년 36년 동안 집권한 프란시스코 프랑코 전 총통 정부가 좌익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해 ‘우익’으로 키우는 비인도적인 ‘좌익 말살정책’의 희생자다.
프랑코 전 총통은 1936∼39년 좌익 성향의 공화파와 수십만 명이 숨지는 내전을 통해 집권한 뒤 좌익 세력에 이를 갈았다. 그러면서 불온사상의 싹을 잘라야 한다며 좌익 인사의 아이들을 데려가 교육했다.
스페인 정부는 최근 이와 관련해 정식 조사에 나섰다. 지난해 11월 발타자르 가르손 스페인 고등법원 판사는 지방법원들에 프랑코 전 총통 시절 사라진 아이들의 행방을 조사하라고 명령했다. 이 스페인 판 ‘이산가족 찾기’를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이 26일 자세히 전했다.
▽정부가 빼앗은 아이들=프랑코 정부는 아이들을 강제로 빼앗아 정부 관리 아래 키우면서 철저히 사상교육을 했다. ‘적의 자식을 키워 적을 물리치는’ 반인륜적인 수법이 공공연하게 자행된 것이다.
당시 가톨릭교회와 복지기관들이 대행해 아이들을 맡아 길렀다. 가톨릭교회는 1936년 스페인에 좌파 성향의 제2공화국이 탄생하자 프랑코 총통과 함께 반역을 시도한 프랑코 정권의 지지기반이었다.
욱세누 아블라나 씨(79)는 공화파에 부역한 혐의가 있는 부모와 6세 때 강제로 헤어져 18세까지 가톨릭 보호시설에서 자랐다. 그는 “사람들은 나를 빨갱이 자식, 악마의 아들이라 불렀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어떤 아이들은 새로운 이름을 가졌고 출생기록도 조작됐다.
이 정책은 모두 합법적이었다. 1940년 제정된 법률에는 국가는 불온한 사상이 형성될 우려가 클 때 아이들을 (부모로부터) 격리할 수 있다고 규정됐다.
당시 얼마나 많은 아이가 납치됐는지는 현재 밝혀지지 않고 있다. 법원은 수천 명일 것으로 보고 있으나 역사학자들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한다. 리카르드 비뉘에스 바르셀로나대의 현대사 교수는 약 3만1000명의 어린이가 1945∼54년에 정부 보호 아래 있었고 대부분이 공화파 가정 출신이었다고 말했다.
▽스페인의 과거청산 작업=호세 루이스 로드리게스 사파테로 총리는 2004년 취임 이래 과거사 재조명 및 희생자 보상을 뼈대로 하는 역사 바로 세우기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순탄치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반대가 만만찮은 데다 오랜 세월이 흘렀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만 해도 사라진 가족을 찾는 사람들의 DNA를 수집하고 복지시설에 수용된 아이들의 리스트를 조사하는 수준에 그치고 있다.
이헌진 기자 mungchi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