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AIST 졸업하는 김성진 씨
27일 KAIST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하는 김성진 씨(25)는 최근 ‘대한민국 인재상(대통령상)’을 받았다. 과학기술의 재능을 어려운 이웃을 위해 써 왔기 때문.
김 씨는 학부 전공을 선택해야 하는 2학년 2학기 때인 2006년 가을,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전산학과를 포기하고 산업디자인학과를 선택했다. 디자인 회사를 찾아가 자신이 개발한 장애인 보조 장구의 디자인을 부탁했다가 거절을 당했기 때문.
“디자인 회사는 장애인 제품은 디자인해야 돈도 되지 않는다며 외면했어요. 이때 제품을 직접 디자인하겠다고 결심했죠.”
그가 개발한 장구는 5가지. 영상으로 수화를 포착해 음성으로 번역하고 말소리는 글씨로 전환해 주는 와이즈보이스, 근육 신호를 감지하는 센서를 이용해 팔다리가 없는 사람도 운전을 가능하게 하는 인텔리카 등 기발한 것들이다.
김 씨는 산업디자인을 전공하면서 이들 제품을 모두 디자인했고 이 가운데 와이즈보이스는 50여 대를 제작해 장애인들에게 나눠준 뒤 소프트웨어를 싼 값에 기업에 넘겼다.
김 씨는 자신이 개발한 게임 및 유해사이트 차단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만드는 벤처기업 ‘휴모션’을 지난해 1월 창업하기도 했다. 하지만 휴모션은 돈을 벌기 위한 회사가 아니다.
김 씨는 “1년 동안 제품을 싸게 팔았지만 워낙 인기가 있어 꽤 많은 돈을 벌었고 그 돈으로 소프트웨어와 솔루션을 업그레이드했다”며 “본래 업그레이드 비용을 벌기 위해 만든 회사인 만큼 3월부터는 이들 제품을 무료로 배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씨가 이들 제품을 만든 것은 고교 1학년 때. 음란물에 중독된 친구를 본 것이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청소년보호위원회를 통해 이들 제품을 무료로 6000가구에 배포했다. 또 ‘음란사이트, 우리 손으로 없애자’라는 제목의 사이트를 개설해 음란물 추방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그는 자신이 회사를 차려 돈을 벌 수 있었던 것은 학교 교육 덕분이라며 지난달 학교에 발전기금 1000만 원을 냈다.
대전=지명훈 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