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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링크]인도에서 깨친 ‘범아일여’

입력 | 2009-02-28 03:03:00


◇신들의 나라, 인간의 땅/고진하 지음/303쪽·1만2000원·비채

고대문명의 발상지 인도에는 신화와 종교의 뿌리를 찾고 자신과 인간을 성찰하려는 구도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시인이자 목사인 저자는 고대 인도 현자들의 가르침을 모은 우파니샤드를 들고 살펴본 인도 땅에서 얻은 깨달음을 이 책에 담았다.

1990년대 중반부터 인도의 종교와 사상에 매료된 저자는 2002년 겨울 이후 다섯 차례 인도를 여행했다. 인도 사상의 정수로 불리는 우파니샤드를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저자는 인도에서 신을 사랑하고 찬양하는 일을 생애의 목적으로 삼는 이들을 만난다. 벵골 주의 가난한 오토릭샤(인도의 택시 개념인 삼륜차) 운전사는 “내 유일한 소망은 공경하는 신 크리슈나(힌두교의 사랑의 신)가 허락하시면 바울(유랑하는 음유시인)이 되는 일”이라고 말한다. 작은 도시 볼푸르에서 만난 바울들은 세상에 속하지만 속하지 않은 듯 살아가는 삶을 그에게 보여준다.

‘인도의 영혼’으로 불리는 오리사 주의 사원에서 힌두교의 신 칼리의 그림을 팔던 소년도 가르침을 줬다. 내미는 손길을 뿌리치는 저자에게 소년은 “당신도 칼리(우리 모두가 칼리)예요”라고 한다. 거리에서 만난 사람들은 “나마스카(내 안에 있는 신이 그대 안의 신을 알아본다는 뜻)”라는 인사말을 건넨다.

저자는 인도 우시장의 소들을 보며 고대 인도의 민담을 떠올린다. 빼어난 지식을 가졌지만 자만심이 가득했던 소년이 소 떼를 돌보면서 소와 하나가 돼 깨달음을 얻는다는 이야기. 저자는 소우주인 인간의 본질이라고 하는 ‘아트만’과 대우주의 본질인 ‘브라만’이 따로 존재하지만 결국 뿌리는 하나라는 ‘범아일여(梵我一如)’가 우파니샤드 사상의 고갱이가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발바닥이 부르트도록 인도 땅을 돌아다니며 활자(지식)와 풍경이 안에서 포개질 때 나는 ‘앎’의 즐거움을 얻었고, 어긋날 때도 ‘모름’의 신비 앞에 가슴을 닫지 않았다.”

인도를 탐구한 책들은 ‘인도기행’ ‘인도 바로보기’ 등이 있다. ‘인도기행’(샘터)은 법정 스님이 부처가 태어난 룸비니부터 깨달음을 얻은 부다가야, 최초의 설법을 한 녹야원, 열반에 든 쿠시나가라를 여행하며 얻은 느낌을 담은 책이다.

‘세노 갓파의 인도 스케치 여행’(서해문집)은 일본의 무대미술가이자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인도를 여행하며 만난 인도인의 삶과 역사, 자연환경, 종교 건축물 등을 삽화를 곁들여 풀어낸 이야기다. 콜카타에서 출발해 델리와 벵갈루루를 거치는 여정이다.

‘인도 바로보기’(네모북스)는 부산외국어대와 한국외국어대에서 각각 인도어를 가르치는 2명의 교수가 현지에서 체험한 인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풀어쓴 책이다. 인도의 실상을 볼 수 있는 사진들도 다양하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