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직장 첫 월급 너무 기뻐” 시각장애 6급이라는 시련을 딛고 올해 1월 부산의 냉동컨테이너 발전기 제조회사인 ‘뉴젠파워’에 취직한 양연모 씨가 발전기에 코일을 감는 작업을 하고 있다. 부산=최재호 기자
[1] 백수탈출 돕습니다…구인-구직 네트워크 구축
고용센터서 면접훈련-심리치료 맞춤교육
대상 따라 장학금-교통비 등 국비 지원도
“요새는 퇴근하면 밥맛이 옛날보다 훨씬 좋습니더. 일하는 게 이래 행복한지 몰랐어예.”
지난달 25일 부산 사상구 학장동 사상공단 내 냉동컨테이너 발전기 업체 ‘뉴젠파워’에 기능공으로 취업한 뒤 첫 월급을 받은 양연모 씨(47)는 “중학교를 졸업한 뒤 여러 직장을 다녔지만 이번 월급날처럼 기쁜 적이 없었다”고 환하게 웃었다.
○ 고용지원센터에서 ‘웃음치료’
시각장애 6급인 양 씨는 30년간 회사를 8군데나 옮겨 다녔다. 1978년 서울에서 첫 직장을 잡은 양 씨는 작업 도중 구리선이 눈으로 튀어 한 쪽 눈의 시력을 잃고 회사를 그만두어야 했다.
이후 나이트클럽과 주유소 임시직 등 불안정한 직장을 전전했다. 불편한 몸 때문에 때로는 자의로, 때로는 타의로 일을 그만두면 몇 달간 집에서 쉬고 다시 일자리를 찾는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지난해 7월 다니던 직장의 경영난으로 또다시 ‘실업자’가 된 양 씨는 한 달 뒤 노동부 부산종합고용지원센터를 찾아갔다. 당분간 실업급여로 생계를 이어나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고용지원센터가 실직자의 구직을 도와준다는 설명을 듣고 양 씨는 눈이 번쩍 뜨이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장애인인 나도 가능할까’라는 의구심도 들었으나 모든 일을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웃음치료’를 받고 나니 자신감이 살아났다.
4개월 동안 심리 및 심층 상담, 면접 및 구직기술 훈련 등 꼼꼼한 집중 훈련을 10차례 받으면서 자신이 점점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직원들과 같이 업체로 나가 동행면접을 보기도 했다.
교육 과정에서 참여 성적이 우수하다고 받은 장학금은 올해 대학에 입학한 딸의 등록금에 보탰다. 몇 차례 면접에서 떨어졌지만 좌절하지 않았다. 그는 원했던 월급보다 더 받고 1월 19일 뉴젠파워에 취직했다.
○ ‘경기 여성뉴딜’로 자신감 얻어
취재팀은 양 씨처럼 공공기관 취업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일자리를 얻는 데 성공한 사람을 여러 명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실업이 부끄러워 밖으로 나오지 않고 혼자 회사를 알아봤더라면 이런 기회를 얻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문숙 씨(36·여)는 경기도의 여성 취업지원사업인 ‘경기 여성뉴딜 프로그램’을 통해 일자리를 얻은 경우다. 대기업 연수원에서 일하다 아이를 낳으면서 2000년 회사를 그만둔 김 씨는 지난해 남편의 사업이 어려워져 다시 일자리를 찾게 됐다.
‘8년이나 쉬었는데, 젊은 대졸자도 요즘은 취업이 안 된다는데….’ 하루가 한 달 같은 막막한 기간이었다.
경기 여성뉴딜 프로그램을 알게 된 것은 지난해 9월. 만 30세 이상의 여성을 대상으로 특화된 취업 상담과 직무능력 향상 교육을 받으며 서서히 자신감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3주간 직업교육을 받던 중 직업상담사로부터 “서울지역 한 자치구의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인턴을 뽑는다는데 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았다. 인턴직이었지만 산업심리학을 전공하고 교육 관련 커리어를 쌓은 김 씨가 경력을 이어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김 씨는 인턴으로 일하면서 업무능력을 인정받아 계약직으로 채용됐고, 센터에 결원이 생기면서 올해 정규직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김 씨는 “내가 느꼈던 막막함을 지금 느끼고 있을 다른 분들께 꼭 가까운 공공기관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보란 얘기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 “또래들에게 인력개발원 적극 추천”
김민호 씨(29)는 올해 대한상공회의소 인력개발원을 수료하고 오토바이 제조회사인 ‘제이텍’에 취직했다.
“대학에서는 사회체육학을 전공했지만 흥미가 없어 중도에 그만뒀고, 취업에도 큰 관심이 없었다”던 그는 군 복무를 마친 뒤 무직자로 있다 가족의 권유로 경기인력개발원에 다니게 됐다.
인력개발원에서는 고졸 이상 학력을 가진 청년 실업자를 대상으로 2년간 교육훈련비부터 교통비까지 전액 국비로 지원을 해주고 훈련수당까지 줬다. 학생들의 의욕도 그만큼 높았다. “다들 한번 해보자는 분위기였다”고 김 씨는 설명했다.
기계설계제작공과를 택한 김 씨는 1년 반 동안 기계설계산업기사 등 자격증 11개를 땄다.
“사생활이 없었죠. 입학 전까지 기계는 아무 것도 몰랐거든요. 이해가 안 되는 만큼 열심히 매달렸어요.”
어엿한 직장인이 된 김 씨는 “대학 전공도 살리지 못하고 취업도 못하는 또래들에게 인력개발원을 적극 추천하고 싶다”며 “대한상의 산하 경기인력개발원 교수님들께 감사드린다는 말씀을 꼭 써 달라”고 부탁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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