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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기자의 무비홀릭]최근 개봉 ‘구세주2’ 혹평과 호평사이

입력 | 2009-03-03 02:57:00

최성국 주연의 영화 ‘구세주 2’. 이 영화를 두고 ‘나오지 말았어야 할 저질 코미디’란 비판성 리뷰가 우세한 반면에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린 리뷰들도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똑같은 영화에 대해 완전히 상반된 리뷰가 나오는 경우가 있다. 이는 영화에 대한 취향이 기자(혹은 평론가)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글을 쓰는 기자의 호불호에 따라 다분히 감정 섞인 리뷰가 나오기도 하는데, 리뷰를 보고 영화를 봐야 할지, 아니면 보지 말아야 할지를 결정하려는 독자들은 동일한 영화에 대해 각종 매체들이 쏟아내는 서로 다른 평가 사이에서 무지하게 헷갈리게 된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언론의 영화 리뷰 자체에 대한 소비자들의 근원적 불신을 자아내는 까닭이 되기도 한다.》

“기존 코미디 연기 답습… 질낮은 영화”

“녹슬지 않은 개인기… 관객 쥐락펴락”

최근 개봉된 ‘구세주 2’가 딱 이런 케이스다. 매체별 리뷰를 살펴보면, 저주에 가까운 혹평에서부터 도대체 뭔 말을 하는지 알 수가 없는 어정쩡한 리뷰, 그리고 매우 호의적인 평가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구세주 2’를 두고, 지금부터 독자 여러분께 한 가지 마술을 보여드릴까 한다. 구세주 2는 택시회사 사장의 아들 정환(최성국)이 돈만 펑펑 쓰고 빈둥거리며 놀다가 어느 날 은지(이영은)란 여인을 우연히 만나면서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된다는 줄거리. 이 영화 속 똑같은 장면과 연기를 두고도 리뷰를 쓰는 기자의 취향과 심성(혹은 심보)에 따라 180도 다른 리뷰를 쓸 수 있는 것이다.

이런 희한한 짓을 하는 까닭은, 리뷰를 쓰는 영화기자의 한 명으로서 그동안 선입견을 담아 써 온 리뷰가 적지 않았음을 고백하면서 자성의 기회로 삼기 위해서다. 그만큼 언론의 리뷰는 객관성을 최대한 유지하고자 하는 피나는 노력과 책임감의 산물이어야 하는 것이다. 자, 마술을 시작한다.

①“최성국은 ‘색즉시공’ ‘낭만자객’ 같은 영화에서 보여준 코미디 연기를 이 영화에서도 그대로 답습한다. 영화마다 다양한 캐릭터를 맡지만 언제나 똑같은 역을 하는 것 같은 그의 천편일률적인 연기는 이번에도 계속된다.”(혹평) → “최성국은 ‘색즉시공’만큼은 아니지만 여전히 녹슬지 않은 개인기를 보여준다. 그는 희고 커다란 이를 드러내며 저음으로 말하는 특유의 느끼함과 뻔뻔함으로 관객을 쥐락펴락한다.”(호평)

②“최성국은 러닝타임 내내 원맨쇼를 하며 혼자 북 치고 장구 친다.”(혹평) → “최성국은 역시 흐트러지기 쉬운 영화의 중심을 시종 든든하게 잡아준다.”(호평)

③“줄거리는 기승전결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채 엉성하고 허술하다. 영화는 곳곳이 부자연스럽게 툭툭 끊기면서 큰 웃음 한 번 주지 못한다.”(혹평) → “이 영화는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억지스러운 사건이나 선 굵은 갈등을 전면에 끄집어내기보다는 파편화된 듯한 다양한 에피소드를 통해 소소한 웃음과 감동을 주려고 한다.”(호평)

④“역시 예상했던 대로 실소를 자아낸다.”(혹평) → “큰 기대만 하지 않는다면 의외로 재미를 쏠쏠하게 느끼게 된다.”(호평)

⑤“‘과속스캔들’과 ‘워낭소리’ 같은 한국 영화들이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고 있는 이 시점에서 이런 질 낮은 영화가 한국 영화에 대한 관객들의 불신을 부채질하지는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들린다.”(혹평) → “바로 이것이다. 침체된 한국 영화에 필요한 것은 영화의 다양성이다. ‘B급 영화’임을 스스로 표방하는 이런 저예산 상업영화도 용감하게 시장에 나와야 한다. 이런 다양한 시도가 관객이 갖는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목소리가 높다.”(호평)

⑥“시종 욕을 입에 달고 등장하는 안문숙은 과장된 연기로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혹평) → “구수한 육두문자를 정겹게 구사하는 안문숙은 안정된 조연 연기를 펼치면서 감초역할을 톡톡히 해낸다.”(호평)

⑦“아무리 초짜 감독이라지만 감독은 내공은 고사하고 잔재주 하나 보여주지 못했다.”(혹평) → 신인 황승재 감독은 어깨에 힘을 뺀 채 수채화 같은 러브스토리와 다소 작위적인 코믹 에피소드 사이에서 절묘한 균형을 잡는다. 차기작이 기대되는 감독이 아닐 수 없다.(호평)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

※이 글은 ‘구세주 2’를 두고 쓰인 각종 리뷰들을 참고해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