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집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작업을 시작했나요?”
“즐거운 마음으로요.”
그녀와 선문답 같은 대화로 인터뷰가 시작됐다. 가수 박정현은 미국에서 태어나 대학 2학년까지 LA에서 자랐다. 이제 한국에서 활동한지 꽤 오랜 시간이 지나 데뷔 시절과 비교하면 우리말도 꽤 능숙하다. 하지만 아직도 가끔 어려운 한자어 표현이나 우리말 특유의 반어법이나 은유법은 잘 이해하지 못할 때가 있다. 실제로 그녀는 예전에 ‘가을 탄다’라는 마을을 들었을 때 ‘가을은 어떻게 타는 거지?’로 한참을 궁금해 했던 적이 있었다.
7집 ‘텐 웨이스 투 세이 아이 러브 유’ 발표 당일인 27일 스포츠동아를 찾은 박정현은 새음반에 담긴 의미를 묻는 나름 진지한(?) 질문에 이처럼 솔직하게, 하지만 너무 간단히 대답했다.
○가수 활동 10년 넘으며 밝고 상큼한 음악으로 진화
그녀는 한국에서 활동하는 여자 가수 중 가창력을 말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가요계의 ‘디바’다. 음색, 성량 테크닉, 감성 등 어느 하나 모자람이 없는 절창으로 확실한 고정 팬을 갖고 있는 박정현은 지난해 데뷔 만 10주년을 맞았다. 그리고 올해 행운의 상징인 7집 음반을 냈다.
그녀에 대한 인터뷰의 첫 질문은 그만큼 뭔가 앨범에 특별한 의미가 있지 않겠느냐 싶어 던진 것이었다. 예상외로 간단했던 “즐거운 마음으로”란 대답 때문에 꽤 당황했다. 하지만 조금 더 그녀의 말을 곱씹어보면 어쩌면 가장 박정현답게 명쾌하고 정확한 답변을 한 것이다.
“6집은 1년 내내 작업하면서 상당히 진지했어요. 6집 땐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많았는데, 이번엔 많은 사람들이 작업에 같이 참여했어요. 좋은 사람들과 즐거운 마음으로 놀면서 하듯 작업했는데, 그래서 노래가 밝아진 것 같아요. 작업할 때 유쾌했던 분위기가 노래에 그대로 담겼어요.”
10주년 의미나 행운을 바라는 7집 등의 의미에 대해 “이번 앨범은 신선해서 내게 큰 의미가 있다. 예상치 못했던 스타일을 시도했고, 새로운 작업이 많이 해본 좋은 경험이었다”면서 “그런 생각하고 앨범을 만들었다면 이런 앨범이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7집은 박정현 이런 설명처럼 그동안 발표했던 음반들과 많이 다르다. 앨범 중 가장 밝고 즐거움이 가득하다. 제목도 ‘치카치카’ ‘청순가련 리나 박’ ‘만져줘요’ 등 장난기어리다.
“이번엔 오랫동안 꼼꼼히 작업하기보다 ‘빨리 작업해서 빨리 발표하자, 노래도 많이 만들지 말자’ 마음먹었죠. 처음엔 특정 콘셉트가 없어서 고민했는데, 작업하다보니 노래가 대부분 밝았어요. 어차피 예술은 창의적인 작업이잖아요. 자유분방한 작업이 좋았어요.”
앨범 재킷엔 단 한 장의 사진만 실은 것도 처음이다. 스튜디오 촬영도 처음이고, 그래픽 작업도 처음이다.
‘텐 웨이즈 투 세이 아이 러브 유’에는 ‘10’이라는 제목과 달리 9곡이 수록됐다. 그래서 일부 팬들은 히든 트랙이 있는 줄 착각한다고. 박정현은 故 히스 레저가 출연했던 영화 ‘내가 널 사랑할 수 없는 10가지 이유’(10 Things I Hate About You)에서 이 제목을 착안했다. 로맨틱 코미디 영화 같은 노래 제목을 통해 이번 앨범을 소개하고 싶었다고. ‘10’은 꼭 열 가지를 뜻하는 것이 아니라 ‘몇 가지’의 대표숫자일 뿐이다.
○윤미래와의 공동작업...“제가 원래 그녀 팬이에요.”
7집의 아홉 곡은 다시 3곡씩 3악장으로 나뉜다. 첫 3곡은 트렌디한 힙합·R&B곡이고, 중간 3곡은 발라드, 마지막 3곡은 모던록 분위기의 슬픈 노래들을 모았다. 타이틀곡은 조영수 작곡의 ‘비밀’로 현악기와 건반의 웅장함이 어울린 팝 발라드 곡. ‘나 같은 사람 너 같은 사람’은 윤미래가 랩 피처링해 발표 전부터 화제를 모았던 곡이다. 박정현의 자작곡인 이 노래는 애초 박정현이 윤미래의 랩을 기대했던 곡이다.
“노래를 만들고 여성 랩이 들어갔으면 했어요. 제가 윤미래 씨의 팬인데, 최고의 실력자인 윤미래 씨에게 당연히 피처링 부탁을 했죠.”
하지만 박정현은 워낙 바쁘게 녹음이 진행됐던 까닭에 윤미래를 직접 만나지 못하고 따로 녹음을 했다.
박정현은 이번엔 방송활동을 많이 할 계획이다. 봄까지 충분히 음반활동한 후 초여름쯤 콘서트를 가질 예정이다.
“이번 앨범은 봄에 어울리는 노래에요. 지금 날씨가 풀리고 있는데, 여러분들의 마음도 제 노래를 듣고 봄처럼 풀렸으면 좋겠어요.”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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