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 각도 포크볼 수준”…세이부 타자 헛스윙 남발
“홈플레이트 근처 볼 사라진다…파울 유도·도루로 공략”
도발과 찬사가 동시에 날아들고 있다. 김광현(21·SK)이 도쿄 나리타공항에서 일본 취재진을 피해 “스미마셍”, “고멩나사이(실례합니다)” 등 짧은 일본어를 써가며 길을 뚫는 것까지 기어코 쫓아가 찍어서 방송에 내보낸다. 일본도 ‘일본킬러’라고 인정한다. 일본전 선발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김광현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에는 더 이상 예전의 ‘무시’가 없다. 2일 세이부전 직후의 공식 인터뷰 때는 김광현이 참석하지 않았는데도 김광현에 대한 질문이 넘쳐났다.
○호시노의 탄복
베이징올림픽에서 2차례나 김광현에게 격침당한 호시노 센이치 감독은 “김광현의 슬라이더를 봤는데 떨어지는 각이 포크볼과 같았다”고 기억했다. 특히 아오키 노리치카(야쿠르트)를 헛스윙 삼진으로 잡은 바깥으로 흘러가는 변화구를 두곤 “저런 볼은 본 적이 없다”고 감탄했다.
하도 김광현의 볼을 못 쳐서 타자들과 얘기를 했는데 “슬라이더가 홈플레이트에서 사라진다”는 대답이 돌아왔다고 한다. 호시노는 “젊은데다 왼손이다. 예전엔 들쭉날쭉하던 컨트롤까지 잡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대처방법으로 이치로(시애틀)와 아오키가 파울로 공을 많이 던지게 해야 된다는 ‘소극적’ 해법을 제시했다.
○가타오카의 도발
또 하나 일본의 김광현 공략루트는 기동력이다. 김광현은 베이징에서 일본전 방어율 1.35에 도루는 하나도 내주지 않았다. 그러나 퍼시픽리그 2년 연속 도루왕인 가타오카 야스유키(세이부)는 김광현의 녹화된 투구폼을 보더니 “투구폼이 빠르지 않아 뛸 수 있다”고 장담했다.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일본팀의 양대 준족은 가타오카와 빅리그 8년 연속 30도루의 이치로다. 가타오카는 스타트, 이치로는 투수의 투구폼을 빼앗는 능력이 탁월하다. 기동력이 주무기인 한국과의 스피드 대결이 예고된 상황이다.
○김광현의 여유
김광현은 2일 경기 직전 공식 인터뷰에서 “잘 하지도 않는 것 같은데 일본 언론이 관심을 가져줘 감사하다”고 여유를 드러냈다. 그러면서 “최상의 컨디션이다. 일단 경기에 나가면 이겨야 된다”고 특유의 기세를 강조했다. 김광현은 세이부전에서 최종 점검을 했는데 3이닝 5안타 1볼넷 3삼진 1실점했다. 49구를 던졌다. 직구 구속은 140km대 후반까지 찍혔다.
경기 후 김광현은 “안타를 많이 맞았지만 WBC 공인구 적응이 잘 안돼서 슬라이더를 집중적으로 던졌다. 일본 전력분석팀은 신경 쓰지 않았다”며 “스트라이크존은 넓은 편이다. 공이 높게 형성되는 편인데 본 경기에서도 이렇게만 잡아주면 편한 게임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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