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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테이션/동아논평]노사상생이 왜 막가파인가

입력 | 2009-03-03 16:39:00


동아논평입니다.

제목은 '노사상생이 왜 막가파인가'. 홍권희 논설위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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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노조가 올해 임금협상을 회사에 위임하자 회사 측은 '3년간 고용보장'으로 화답했습니다. 실물침체로 1월중 국내 제조업 공장가동률이 61%까지 떨어져 20년만의 최저치를 기록한 가운데 노사상생의 해법을 보여준 사례입니다.

올해 마이너스 성장과 마이너스 일자리 속에서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더딜 것이란 수정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일자리 지키기, 일자리 나누기가 갈수록 중요해질 것입니다.

과거의 강성 노조들도 이런 현실을 깨닫고 노사상생 방안을 찾아 나섰습니다. 민주노총 소속으로 '파업철'이란 별명을 가진 서울메트로 노조는 지난달 평화선언에 이어 조합비로 1억원 규모의 청년 일자리 창출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습니다. 이 돈으로 출퇴근 시간대에 도우미를 채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영진약품 노사는 지난달 말 화합선언을 했습니다. 역시 민주노총 소속의 노조는 임금동결은 물론이고 임금 및 단체협상을 회사 경영이 정상화될 때까지 유보하기로 했습니다. 작년엔 흑자였지만 그 전 5년간 연속 적자였던 회사가 유동성 부족으로 고생을 하는 걸 본 노조가 일자리 지키기에 나선 것입니다. 회사 측은 인위적인 구조조정과 감원을 자제하기로 약속했습니다.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노사상생 노력에 찬물을 끼얹고 있습니다. 한때 민주노총의 핵심이었으나 2004년 탈퇴한 현대중공업 노조에 대해 민주노총은 "임협 위임은 노조이길 포기한 것"이라는 비난 포스터를 만들어 전국 산하 노조에 뿌렸습니다. "현중 노조는 회사 요구를 전달하는 막가파식 노조"라거나 "정신없는 짓 또 저질러"라는 표현도 들어있습니다. 노사가 손잡고 일자리를 지키려는 노력이 다른 회사로 번져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영진약품 노조에 대해서는 경고 등 징계를 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민주노총은 한국노총과 달리 노사민정 합의에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우리 경제는 아직 바닥을 딛지 않았는데 노총이 일자리를 지키는 현실적인 방안을 내지는 못하면서 투쟁만 앞세우고 노사 상생노력까지 방해한다면 경기회복이 더 멀어질 것입니다.

동아논평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