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소비 끌고 지식나눔 밀고… 취약층 일자리 1년새 4배로
사회적 기업, 여성가장-장애인 일자리 ‘보고’
“홀로서기 돕자” 대기업-법조계로 지원 확산
《지난해 10월 문을 연 의류업체인 ‘참신나는옷’은 이달 들어 직원 10명을 추가 채용했다. 기존 직원이 10명이었으니까 5개월 만에 정확히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린 셈이다. 참신나는옷은 과거 봉제업에 종사한 적이 있었던 중년 여성을 고용해 의류를 만들어 판매하는 사회적 기업이다. 직원들은 대부분 생계를 꾸려야 하는 여성 가장이다. 현재 직원들이 받는 월 급여는 130만∼250만 원 선. 일자리를 얻으면서 직원들의 가계는 주름살이 펴졌다. 이 회사는 사업을 시작한 지 채 반 년이 되지 않았지만 현대·기아자동차그룹 글로벌 청년봉사단과 저가항공사인 이스트항공의 단체복을 만들며 지금까지 약 3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참신나는옷 김방호 기획실장은 2일 “지금까지는 여러 가지를 준비하고 기틀을 만드는 단계였다”며 “올해 중에 30명을 더 고용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
사회적 기업이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저(底)소득자와 여성 가장, 장애인 등 형편이 어려운 이웃을 대상으로 한 신규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로 떠오르고 있다.
○ 사회적 기업, 전국에서 8600개 새 일자리 만들어내
3일 노동부에 따르면 노동부가 인증한 사회적 기업은 2008년 말 현재 전국에 218개로 2007년 말(54개)보다 4배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일자리도 1890개에서 8600개로 가파르게 늘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적 기업을 통한 일자리 창출은 아직 초기 단계이다. 하지만 사회적 기업의 자체적인 노력과 함께 각계의 다각적인 지원으로 경쟁력이 강해지면 사회적 기업이 일자리 만들기는 물론 사회안전망 역할도 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에서 일자리를 얻기가 비교적 어려운 취약 계층 관련 신규 고용 창출 효과가 크다는 것이다.
조영복 부산대 교수(경영학)는 “‘잡 셰어링’이 기존 기업에 다니는 근로자나 민간 기업에 취업할 예비 근로자를 위한 것이라면, 사회적 기업은 일반 기업에 진입하지 못하는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신규 일자리를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사회적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기업으로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 또한 중요하다.
사회적 기업의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해 사회적 기업의 매출을 올려주는 ‘착한 소비’와 회계·컨설팅·법무 전문가들이 사회적 기업의 경영 활동을 지원하는 ‘프로 보노’ 운동이 대표적인 사례다.
○ 위캔, 착한소비 덕택에 직원 수 7배로
지적 장애인을 고용해 쿠키를 만드는 사회적 기업인 ‘위캔’의 직원은 현재 74명에 이른다. 2001년 직원 10명으로 출발한 위캔은 이제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게 직원이 많아진 셈이다. 이 과정에서 전문 기관들의 프로 보노 운동이 결정적 도움을 줬다. 회계법인 딜로이트 안진은 2만 원짜리 위캔 쿠키 세트를 직원들의 생일날마다 선물하고 있다.
딜로이트 안진의 직원이 2000여 명이니 연간 4000만 원의 고정적인 수입을 올려주는 셈이다. 현대그룹과 국가정보원, 중소기업중앙회도 이런 방식으로 위캔으로부터 쿠키를 고정적으로 구매하고 있다.
특히 딜로이트 안진 회계사들은 위캔이 신상품을 출시할 때 적정 가격을 산정해 주는 등의 회계 서비스를 해 준다.
위캔은 과거에는 주먹구구로 가격을 산정했지만 지금은 회계사들이 밀가루 등 원재료별 가격과 원재료 배합비율, 인건비 등의 자료를 토대로 적정한 이윤, 향후 생산량을 고려해 가격을 책정해 주기 때문에 과학적이면서 예측 가능한 경영활동을 할 수 있게 됐다.
위캔은 다각적인 지원 덕분에 지난해 매출 3억 원을 달성해 손익분기점을 거의 넘어섰다.
법무법인 지평지성도 이달 10일 노동부 주최로 열리는 ‘사회적 기업 지원에 관한 협약식’에서 사회적 기업에 법률 자문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로 했다. 로펌이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회사는 사회적 기업 설립과 관련된 등기 및 공증, 법률 상담 등을 거의 무료로 해 줄 예정이다.
○ 사회적 기업 늘면 일자리도 늘어
고용 증대 등을 돕기 위해 사회적 기업 지원에 나서는 대기업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교보생명은 중·장년층 실직여성 가장을 간병인으로 채용해 간병 서비스를 유료로 실시하는 사회적 기업을 세웠고, 현대자동차는 부산의 민간단체 ‘노인과 복지’가 운영 중인 사회적기업인 안심생활지원사업단을 지원한다.
사회적 기업 지원네트워크인 ‘세스넷’ 정선희 상임이사는 “개인이든 기업이든 어떤 주체든 관심만 있다면 사회적 기업의 홀로서기를 도와줘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우리 사회를 더욱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의는 02-2020-1221 동아일보 사회적 기업 캠페인 담당자.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대학생들 “사회적 벤처로 우리도 한몫”▼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무장한 대학생들도 사회적 기업을 확산시키는 데 나서고 있다. 이른바 ‘소셜 벤처(Social Venture)’의 창업이다.
박헌준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사회적 기업이 더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려면 대학 등 민간 부문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많이 나와 새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루덴스 에듀’라는 사회적 기업은 연세대 경영학과 박임 씨(23)가 지난해 말 친구 8명과 창업한 회사다. 외국인 교환학생이 학교에 많이 온다는 점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이들은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자원봉사활동 신청을 받아 농촌 등에서 영어로 강강술래, 씨름 등을 가르쳐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한다.
박 씨는 “다음 달부터는 농림수산식품부 산하기관에서 자금 지원을 받아 농촌에서 사업을 실시해 실질적인 매출도 올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