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김인식 감독은 1일 일본 나리타공항에 들어와서야 임창용(야쿠르트)의 부상 소식을 접했다. 지난달 28일 오키나와에서 실전 등판 중 타구에 팔꿈치를 강타당했다는 비보였다. 김 감독은 숙소인 도쿄돔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임창용부터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백차승-박찬호-이승엽-김동주-김병현-박진만의 불참에 이어 클리블랜드의 추신수는‘조건부 외야수’란 족쇄에 묶인 처지라 한숨만 나왔다. 때문에 임창용의 부상 정도와 회복 속도는 김 감독의 사활적 관심사였다.
아마 자기공명촬영(MRI) 진단 결과가 나온 2일과 실전 투입을 예정한 3일은 김 감독에게 긴 시간이었을 터다. 그러나 불길한 조짐만 비치던 대표팀에 임창용은 한줄기 서광처럼 돌아왔다.
2일 검사 결과 단순타박 진단을 받았고, 바로 도쿄돔에 돌아와 유니폼을 입고 세이부전 도중 불펜 피칭을 했다. 이어 3일 요미우리전에는 실전 등판을 자청했다. 이에 양상문 투수코치는 “10-15구”란 단서를 달아 임창용을 3일 요미우리전에 조심스레 시험 가동했다.
결과는 1이닝 1안타 2삼진 무실점. 0-3으로 뒤지던 4회 윤석민-황두성에 이어 등판한 임창용은 8번 첫 타자 나카이에게 좌전안타를 맞고, 후속타자의 희생번트로 1사 2루로 몰렸다. 그러나 이후 1번 구도와 2번 마쓰모토를 연속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도쿄돔 전광판에 찍힌 직구 최고 구속은 146km. 투구수는 10구였다. 임창용의 건재를 확인함에 따라 대표팀은 빠른 잠수함 임창용-느린 잠수함 정대현-정통파 오승환으로 마무리 진용을 구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날 정대현도 8회 한 이닝을 삼진 2개를 곁들여 깔끔히 틀어막았고, 오승환도 9회 마지막 아웃카운트 하나를 중견수 플라이로 잡아냈다.
한편 요미우리 이승엽은 종전대로 5번타자 겸 1루수로 선발출장, 1회초 2사 2·3루서 한국 선발 윤석민을 상대로 한가운데 펜스를 직접 맞히는 선제 2타점 2루타를 터뜨렸다. 볼카운트 2-2에서 5구째 체인지업(구속 120km)을 잡아당겼다. 3회엔 황두성에게 3루수 파울플라이 아웃됐지만 5회 좌완 이승호에게서 투수 강습안타를 추가한 뒤 5회말 수비부터 교체됐다. 이승엽은 공식 인터뷰에서 “(1회 2루타는) 체인지업이었다. 불리한 카운트였지만 힘껏 휘두르는 것만 생각했다. 평가전에서 결과가 안 나왔지만 캠프부터 좋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오늘은 유독 타석에서 집중이 잘 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선수를 골고루 기용, 기량을 최종 점검하는데 주력한 대표팀은 7안타 무득점, 0-3으로 패했다. 김현수와 최정 만이 2안타로 분전했다. 이로써 출전국의 모든 평가전을 종료한 제2회 WBC 아시아 라운드는 5일 일본-중국전으로 개막한다. 한국은 6일 대만과 1차전을 벌인다.
도쿄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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