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에는 각 주마다 수 십 개의 컬링장이 있다. 세계선수권에는 1만 명에 가까운 관중들이 자국선수들을 응원한다. 선수들은 대기업들의 스폰서를 받기 때문에 스톤과의 씨름에만 몰두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국내에는 경기장도 2개. 여자 일반 컬링 팀도 2개 뿐이다. 15년의 짧은 역사. 그래도 대표선수들은 세계랭킹 13위까지 올라갔다. 2008년 지역예선에서는 일본을 제치고 세계선수권 출전자격도 땄다. 남들은 애처로운 눈빛으로 바라봐도 그녀들은 꿋꿋하다.
신미성, 이현정(이상 31), 김미연(30)은 여자프로농구로 치자면 전주원(37), 정선민(35·이상 신한은행)이다. 10년 넘게 정상의 기량으로 대표자리를 꿰차고 있다. 성심여대에서 동아리활동으로 시작했다가, 컬링의 매력에 빠져 직업선수까지 됐다.
신미성은 “컬링은 ‘가족오락관’ 같다”고 했다. 꼭 마지막 ‘스피드게임’까지 봐야 승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2008년 대표선발전에서도 마지막 투구로 승부가 갈렸다. 후배들은 “언니, 이제 그만들 좀 하시라”고 농담을 던지지만, 이현정은 “캐나다나 노르웨이 선수들처럼 마흔 넘어서까지 선수생활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미연은 “나중에라도 경기장만 몇 개 더 있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내비쳤다. 후배들이라도 좋은 여건에서 운동을 하게 되었으면 하는 것이 언니들의 바램. 이슬비(21)와 김지선(22)은 “우리도 스폰서를 받으며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브러시의 헤드는 하루만 연습을 해도 쉽게 마모된다. 2-3만원의 가격이지만 한 달이면 100만원 가까이 든다. 그래서 대표선수들조차 브러시 헤드를 빨아서 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1등하면 내년 동계올림픽에 나갈 수 있거든요. 올림픽 나가는 게 저희들의 꿈입니다.” 차갑고 딱딱한 빙판. 하지만 그 위에서도 그녀들의 꿈은 싹트고 있었다.
태릉|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사진=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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