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무대 바닥 ‘야광 테이프’가 가이드
암전(暗轉)은 장면이나 무대 전환을 위해 막을 내리는 대신 조명을 끄는 것을 말하는 무대 용어. 대략 20초∼1분에 이른다. 연극연출가 박혜선 씨는 “암전이 길면 관객이 지루해하기 때문에 20초를 안 넘긴다는 연출가도 있지만 무대를 바꾸려면 1분은 필요하다”며 “어둠 속에 앉아 있어야 하는 관객을 배려해 최근에는 완전히 불을 끄기보다 밤 장면처럼 약한 조명을 비추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스태프는 어떻게 정확한 곳에 무대 소품을 가져다 놓는 걸까. 배우들은 또 어떻게 암전 속에서 자기 위치를 정확히 찾아갈까.
비밀은 ‘야광 테이프’. 무대 바닥을 유심히 살펴보면 손톱만 한 크기로 여기저기 붙어 있는 형광 종이를 볼 수 있는데, 바로 발광 테이프다. 일종의 야광 테이프로 배우들과 무대감독이 공연 시작 전 세트 곳곳에 미리 붙여 놓는다.
이 테이프만 있으면 야맹증인 배우도 아무런 걱정 없이 무대에 설 수 있다는 게 배우 엄효섭 씨(43)의 얘기다.
엄 씨는 “무대에 익숙하지 않은 신인 배우들은 형광 테이프를 찾지 못해 실수하는 경우도 있다”며 “퇴장한 줄 알고 있었는데 불이 켜지자 무대 뒤에 서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당황했다는 후배 얘기도 들었다”고 말했다.
발광 테이프가 무대에서 사용되기 시작한 건 1970년대 후반부터다. 이전 연극무대에서는 발광 테이프가 없어도 공연에 아무런 지장이 없었다는 게 원로 연극인들의 얘기다. 배우와 스태프들이 수없이 반복 연습을 한 덕분이었다. 이런 까닭에 일부 원로 배우들은 발광 테이프 같은 안전장치가 배우들에게 되레 독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무대 뒤 남은 이야기들’의 저자이자 원로 연극기획자 유용환 씨(70)는 “끊임없는 연습과 동물적인 감각으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연습하는 수밖에 없었다”며 “당시 배우들에겐 암전은 걱정 축에도 못 끼었다. 오히려 낙후된 조명으로 암전 후 눈이 너무 부셔 사고가 날까를 걱정했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
※ 내 이름은 팬텀. 24시간 무대를 전전하는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속 주인공이 바로 접니다. 연극과 뮤지컬, 무용, 클래식 등의 공연을 보다가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팬텀의 e메일 주소(phantom@donga.com)로 사연을 보내주세요. 친절한 팬텀 씨가 해결해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