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과 설렘으로 캠퍼스 생활을 시작해야 할 대학 신입생들이 죽음과 마주치는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신입생 환영회에 참석했던 새내기 대학생이 만취 상태에서 바람을 쐬려고 창문을 열었다가 추락하는 사건이 일주일 사이 두 건이나 발생했다. 이들은 각각 기숙사와 한 스키리조트에서 전날 학과 선후배, 친구들과 어울려 소주 맥주 양주를 섞어 6시간 가까이 마신 것으로 드러났다.
▷재학생이 환영회란 이름으로 신입생을 괴롭히는 관행의 원인은 무엇인가. 문화인류학자들은 아프리카 남부 통가(Tonga)족의 성인의식에서 그 답을 찾아냈다. 통가족의 10∼16세 소년들은 어른이 되기 위해 매질 추위 갈증 굶주림 그리고 죽음의 위협을 3개월간 견뎌야 한다. 소년이 조금만 잘못해도 갓 성인의식을 통과해낸 선배들로부터 죽도록 얻어맞는다. 학자들은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를 거칠수록 나중에 집단에 대해 강한 소속감과 충성심을 갖는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많은 미국 대학의 기숙사나 동아리에서도 신입생에게 괴상망측한 통과의례를 치르게 한다. 반바지 차림의 학생을 깊은 숲 속에 버려둔 뒤 혼자 내려오게 하거나, 동물의 생간을 먹게 하는 행위 등이다. 뉴저지 주의 한 기숙사에서는 신입생에게 해변가에 구멍을 파게 한 후 그 안에 생매장을 시켰다가 질식사 직전에 구출하기도 한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끔찍한 경험이 학생들에게 높은 만족도와 가치를 부여한다고 지적한다. 혹독한 훈련을 견뎌낸 해병대가 똘똘 뭉치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 심리적 메커니즘이 있다손 쳐도 어려운 수험생활을 거쳐 대학에 첫발을 내디딘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정도라면 곤란하다. 미국 대학생들이 기상천외한 신입생 통과의식을 준비하는 것과는 달리 한국 대학생들은 오로지 술로 신입생을 고문한다. 구두에 막걸리를 가득 채워 마시게 하거나, 전 구성원이 술에 가래침을 뱉은 뒤 이를 마시게 하는 행위가 한때 캠퍼스의 낭만으로 비치기도 했으니까. 만취한 신입생을 호수에 던져 숨지게 하거나 기절한 여학생을 성폭행한 사건도 있었다. 펄펄 끓는 청춘의 혈기를 다른 건전한 방식으로 풀 수는 없는 것인지 고민할 때가 됐다. 애꿎은 희생자가 더 나와서야 되겠는가.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