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여성의 전화가 운영하는 ‘아시아 이주여성 다문화 공동체 마을(아이다마을)’에서 지난주 토요일(2월 28일)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아이다마을은 다문화 부부 4쌍이 만든 ‘부부 카메라 일기’ 영화 시사회를 찾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필리핀과 베트남 국적을 가진 이주 여성과 남편들. 이들 부부 4쌍의 성장 및 결혼 과정, 결혼 후 일상을 기록한 7편의 짧은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됐다.
다문화 부부 4쌍이 직접 촬영과 편집을 했고, 시사회도 진행했다. 어설프고 긴장된 시간이었지만 영화가 상영되는 내내 관객들의 웃음과 눈물, 감동을 자아냈다.
평소 말이 없고 무뚝뚝했던 남편이 코미디언같이 재미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번 기회를 통해 알게 된 아내는 “지금 행복하다”고 전했다.
또 배우자의 얼굴을 마주하는 시간이 많아졌고 서로 몰랐던 부분들을 알게 되어 이해가 깊어졌다는 소감이 이어졌다. 눈 한번 제대로 마주치지 않고 사는 부부들이 많을 텐데 이들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며 사랑을 쌓아가고 있었다.
어느 사이엔가 우리 사회는 최고에 대한 강박과 그를 위한 경쟁으로 얼룩져 가고 있다.
잘 먹고 잘사는 물질적인 풍요로움이 최고 가치로 치부되고,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에 대한 관심은 뒷전이다.
사회적 소외계층에 이주민들이 존재하고 있다. 한국 사회에서 ‘다문화’라는 말은 시대적 유행이 되는 듯하다.
그러나 한국인과 외국인으로 구성된 가족 대상의 다문화가족지원법엔 한계가 있다. 법 시행 과정에서 결혼 이주 여성이나 그 가족들이 그저 시혜의 대상으로만 머물러 있는 것 같다. 이주 여성에게 가부장제의 특징인 성역할 고정관념과 혈연 중심의 가족주의가 강요되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그 결과로 이주 여성들의 삶 속에서 가부장적 폭력성이 나타나고 있다. 부부 성폭행에 대한 폭력성 문제를 법조계에서 인정하지 않더니 올해 초 결혼 이주 여성에 대한 부부 성폭행을 인정한 판결이 나왔다.
이주 여성들은 한국 사회의 자성과 성찰을 촉구하고 있다.
인천의 아이다마을은 아시아 여성들의 친정이자 놀이터, 학교, 은신처, 에너지 발전소다. 한국 사회에서 이방인일 수밖에 없었던 이주 여성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소통을 시도하면서 차이와 다름의 경계를 넘나들며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다.
살기 힘들어지는 사회적 환경이지만 그래도 사람들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야 할 시기이다.
김성미경 인천 여성의 전화 회장 eternity2162@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