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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권순활]쿠폰 경제

입력 | 2009-03-07 02:59:00


경기가 나빠지면 가난한 사람들이 맨 먼저 직격탄을 맞는다.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불황의 충격은 경제 공동체의 가장 약한 고리에 놓인 저소득층부터 덮치기 때문이다. ‘벌거벗은 경제학’을 쓴 영국 저널리스트 찰스 윌런은 “현실에서는 양심보다 호주머니가 더 큰 힘을 발휘한다”면서 “경기침체로 불황에 빠질 때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은 의사나 대학교수가 아니라 직장에서 해고되는 노동자들”이라고 했다. 원인이 어디에 있든 경제적 빈곤층의 증가는 심각한 정치사회적 불안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세계 각국이 얼어붙은 소비를 살리기 위해 현금이나 소비쿠폰을 국민에게 나눠주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우리 정부도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해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현금이나 쿠폰을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종전 같으면 현금이나 현물 지원 정책이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는 비판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전 세계가 총체적 수요 격감으로 고전하고 전통적 경제학의 패러다임이 무너진 현실에선 이런 대책이라도 내놓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최근 각국이 발표한 대책은 복지정책 못지않게 경기부양 및 사회갈등 완화정책의 성격이 짙다.

▷현금과 쿠폰 지급 가운데 어느 쪽이 더 효과가 높은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하지만 지금은 장단점에 대한 원론적인 논쟁을 길게 벌일 만큼 한가한 때가 아니다. 저소득층에 대한 실질적 지원과 전반적인 경기 진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데 어느 쪽이 조금이라도 더 도움이 될지를 판단해 신속히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우리 현실에선 현금 지급이 소비를 촉진하기보다는 저축 등을 통해 돈이 다시 금융기관으로 돌아가게 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면 쿠폰이 더 나은 선택이 아닐까 싶다.

▷한시적 긴급조치의 성격을 갖는 쿠폰 지급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몇 가지가 고려돼야 한다. 우선 유효기간을 길게 하는 것보다는 짧게 해 빠른 시일 안에 유통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또 쿠폰을 사용할 수 있는 물건과 대상의 범위는 넓게 잡는 게 바람직하다. 현금과 상품권의 장점을 최대한 결합한 방식의 쿠폰이라야 받는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면서 내수 촉진의 효과도 내지 않을까.

권순활 논설위원 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