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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인사이트]투자의 세계는 약육강식 판치는 정글

입력 | 2009-03-09 02:57:00


업계 ‘추천상품’ 무턱대고 믿어선 안돼

믿을 만한 식당의 메뉴판에 있는 ‘오늘의 추천요리’는 가치가 있다. 계절에 맞게 주방장이 엄선한 재료로 만든 요리이기 때문이다. 대체로 가격도 그리 비싼 편은 아닌 듯하다.

그러나 평판이 좋지 않은 식당에서는 재고(在庫)가 많이 쌓인 재료로 오늘의 추천요리를 만드는 사례가 가끔 있다. 이 경우 손님은 그 식당의 재고품 처리를 해주는 격이 된다. 이런 일은 상품구매 또는 부동산 및 주식 같은 투자세계에서도 목격된다.

유행을 타는 옷이나 자동차, 가전제품에도 비슷한 사례가 종종 생긴다. 특정 제품의 재고가 쌓이면 약간의 투자를 더해 개선한 뒤, 주력 품목으로 선정해 판매수당도 올려주면서 전체 조직이 판매에 매달리게 한다.

지난해 원유 값이 배럴당 140달러 넘게 폭등해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했다. 당시 월스트리트 투자은행 중에서도 원유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던 골드만삭스는 원유 값이 배럴당 200달러를 넘을 것이라는 보고서를 내 충격을 줬다. 골드만삭스가 미리 선물시장에서 원유를 확보해 그런 보고서를 쓴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하는 분석가도 있었다.

증권회사는 주기적으로 고객들에게 유망주식을 추천한다. 유망주식은 리서치센터에서 기업을 탐방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합리적인 기법을 동원해 기업을 분석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나 1970, 80년대 한국 자본시장이 투명하지 않았을 때는 자체 자금으로 미리 매집한 특정 주식을 유망주식으로 추천한 일이 있기도 했다.

세계적인 금융위기를 촉발한 미국 모기지 대출 금융업체들도 새로운 모기지 대출자를 찾기 어렵게 되자 수입, 직업, 자산이 없는 ‘NINJA(no income, no job, no asset) 계층’에까지 대출을 확대하는 일종의 ‘폭탄 돌리기 게임’을 벌였다.

이런 과정에서 주택 관련 모기지 증권이 오늘의 추천 상품 리스트에 등장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에 관여한 내부자는 언젠가 폭탄 돌리기가 끝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분야에서도 기획부동산 피해가 가끔 언론에 보도되곤 한다. 인허가도 받지 않은 토지를 임의로 필지를 나누고 구획을 정비해 주로 전화로 주부들에게 텔레마케팅을 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이는 엉터리 주방장 추천요리보다 더 큰 피해를 주는 악덕 부동산 사기다.

과도하게 높은 수익률을 보장하는 광고는 일단 의심해야 한다. 관련 업체가 신뢰할 수 있는 곳인지 다각도로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신의가 꼭 지켜지는 이상향이 아니며 더욱이 투자의 세계는 정글의 법칙이 난무하는 곳임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방주 부동산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