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 紀異(기이)편의 서문에서 일연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성인은 禮樂(예악)으로 나라를 일으키고 仁義(인의)로 가르침을 베풀었으므로 怪力亂神(괴력난신)은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제왕이 일어날 때는 반드시 남과 달라야 大變(대변)을 타고 大器(대기)를 쥐어 大業(대업)을 이룰 수 있었다. 우리 삼국의 시조가 모두 신이하게 출현한 것이 무엇이 괴이한가?” 일연 스님은 ‘논어’ 述而(술이)편의 이 章을 인용하되 제왕의 출현 때마다 신이한 일이 보고되었다는 점을 강조했다.
子는 선생이란 뜻인데 여기서는 공자를 가리킨다. 不語(불어)는 말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과거 시제로 풀면, 말하지 않았다가 된다. 단, 전혀 언급하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다. 가볍게 말하거나 억지로 떠들지 않는다는 얘기이다. 怪(괴)는 怪異(괴이)의 일, 力(력)은 勇力(용력)의 일, 亂(난)은 悖倫(패륜)이나 昏亂(혼란)의 일, 神(신)은 鬼神(귀신)의 일이되 모두 상식과 윤리를 벗어난 일을 가리킨다.
공자는 은나라의 上帝(상제) 관념, 주나라의 天命(천명) 사상과 禮制(예제)를 계승하되 하늘에 대한 관심을 인간에 대한 관심으로 바꾸었다. 그렇기에 제사도 인간 삶을 인간답게 하기 위한 방법으로 파악했다. ‘논어’ 先進(선진)편에 보면, 季路(계로) 곧 子路가 귀신 섬기는 일에 대해 묻자, 공자는 “사람 섬기는 일도 제대로 못하는데 어떻게 귀신을 섬길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죽음에 대해 묻자 “未知生(미지생), 焉知死(언지사)?”라고 반문했다. “사람답게 사는 일도 다 모르는 데 어찌 죽음을 말하겠느냐?”라는 뜻이다. 衛靈公(위령공)편에서 공자는 “사람이 道를 넓히는 것이지 道가 사람을 넓히는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중용’의 “道는 사람에게서 멀리 있지 않다”는 말과 통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