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 클린턴 미국 국무장관(사진)이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동아일보에 특별기고문을 보내왔다. 클린턴 장관은 취임 후 한국 언론에 보낸 첫 기고문에서 여성의 권리와 자유를 위해 싸우는 세계 모든 이들의 적극적인 옹호자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다음은 기고문 전문.》
“역경 맞서 진전 이뤘지만
세계 여성장벽-차별 여전”
11년 전 중국에서 만난 여성운동가들은 (대통령 아내이던) 나에게 중국 여성의 권리를 향상시키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설명했다. 그들은 여성이 직면한 도전을 생생히 들려주었다. 고용 차별, 부족한 의료 서비스, 가정 폭력, 여성의 자기발전과 사회 진출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낡은 법 등이 그것이다.
국무장관으로서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몇 주 전 그들 중 일부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지난 10년간 어떤 진전이 있었는지 얘기를 들었다. 그러나 일부 진전을 이루게 한 중요한 조치에도 불구하고 세계 다른 곳과 마찬가지로 중국 여성들에겐 장벽과 차별이 엄연히 남아 있었다.
여성들이 정치 경제 문화 분야에서 활발한 참여 기회를 모색하면서 마주치는 얘기들은 내가 방문한 모든 대륙에서 들을 수 있는 것이었다.
3월 8일.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우리는 지금까지의 진전을 축하하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도전을 되새기게 된다. 그리고 여성들이 21세기의 복잡다단한 세계적인 도전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해야 할 핵심적인 역할을 생각하게 된다.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활용해야만 이런 도전에 대응할 수 있다. 절반의 수단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그런데도 세계 인구의 절반(여성)은 이런 문제와 다른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종종 소외되어 있다.
오늘날에는 이전 세대에 비해 더 많은 여성이 정부, 기업, 비정부기구에서 지도자로 활약하고 있다. 그러나 좋은 소식에는 숨겨진 이면이 존재한다. 아직도 여성의 다수는 빈곤하고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교육도 받지 못하고 있다. 여성은 여전히 전쟁 도구의 하나인 강간에 노출되어 있고, 10억 달러 규모의 범죄 산업인 인신매매로 착취당하고 있다.
많은 곳에선 여성을 상대로 한 명예살인, 성기 절단을 비롯한 폭력적이고 비열한 행위들이 여전히 허용되고 있다. 불과 몇 달 전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남자들이 등교하던 어린 여학생의 얼굴에 산(酸)성 물질을 던져 시력을 잃게 한 일이 생겼다. 여성의 교육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말이다. 그러나 이 소녀와 가족에게 겁을 주려던 시도는 실패했다. 이 여학생은 “부모님은 제가 목숨을 잃는 한이 있어도 학교에 다니라고 말씀하셨다”고 당당히 말했다.
“남성, 절반의 힘만으론 글로벌 난제 해결 못해”
특히 지금 같은 금융위기의 와중에 우리는 수많은 사례에서 얻는 결과를 기억해야 한다. 여성에 대한 지원은 튼튼한 경제, 생동감이 넘치는 시민사회, 건강한 지역사회, 더 큰 평화와 안정 등으로 이어지는 고수익 투자임에 틀림없다. 여성에 대한 투자는 미래 세대를 지원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성은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식비, 의약비, 교육비로 지출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선진국에서조차 여성의 완전한 경제력은 제대로 인식되지 않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같은 일을 하는 여성의 임금이 훨씬 적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불평등 임금에 대해 여성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하는 ‘릴리 레드베터 공정임금법’에 서명했다. 올해 미국에서의 임금격차를 줄이기 위한 것이다.
여성은 일한 만큼 임금을 받고, 은행 대출과 창업 기회를 공정하게 누릴 필요가 있다. 여성은 평등한 투표권과 청원권을 보장받고 공직선거 출마의 자유라는 정치적 평등을 누릴 권리가 있다. 여성들은 자신과 가족의 의료서비스를 받을 권리가 있으며, 아들과 딸을 학교에 보낼 권리가 있다. 여성은 또 세계 평화와 안정 수립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전쟁의 참화에 시달린 지역에서 서로의 차이를 딛고 일어나 공통의 기반을 찾아냈던 이들이 바로 여성이었다.
미국 국무장관이라는 새로운 직책을 맡은 나는 모든 대륙에서 만났던 여성들을 기억하면서 전 세계를 돌아다닐 것이다. 나는 모든 역경과 맞싸워 법을 바꾼 여성들을 기억할 것이다. 이젠 재산을 가지고 있고, 결혼의 자유를 누리며, 교육권을 쟁취하고, 가족을 돌보는 것은 물론이고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활약하는 여성들이 바로 그들이다.
나는 비정부기구, 각국의 정부 관계자들, 기업과 개인 등 모두와 협력해 이 문제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발전시키는 적극적인 옹호자가 될 것이다. 여성과 소녀들의 완전한 잠재력을 실현하는 것은 단지 정의를 구현한다는 문제에 그치는 것이 아니다. 이는 다음 세대를 위한 세계평화, 진전, 번영을 증진하는 일이 될 것이다.
▶ 클린턴 美국무 ‘세계 여성의 날’ 동아일보 특별기고 원문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