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인 새날학교가 2년 넘게 더부살이를 하다 지난달 20일 광주 광산구 삼도동 폐교에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5일 새날학교 아이들과 교사들이 학교 현관 앞에서 플래카드를 들고 기뻐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부산 남구 대연동의 아시아공동체학교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다문화 가정 자녀들. 6개국 다문화 가정 어린이뿐만 아니라 한국인 어린이들도 함께 어울려 생활하면서 서로의 문화에 대한 이해, 조화와 공존을 배우는 곳이다. 부산=최재호 기자
■ 광주 새날학교
시골폐교에 배움터 둥지 34명 가슴에 꿈이 영근다
“대학에서 만화산업 공부에 매진해 이 분야의 전문가가 될 겁니다.”
중국 지린(吉林) 성 창춘(長春)에서 태어난 제철량 씨(20). 광주의 새날학교를 졸업한 뒤 올해 광주 동강대 만화비즈니스학과에 입학했다.
“언니 오빠가 대학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도 새날학교에서 열심히 공부해 세계를 누비는 외교관이 되고 싶어요.”
우즈베키스탄에서 태어나 한국에 온 지 1년이 된 최수정 양(16)도 제 씨를 보면서 꿈을 키워가고 있다.
○ 새 둥지 마련한 다문화 대안학교
광주 도심에서 30km 넘게 떨어진 광산구 삼도동의 새날학교. 이주여성과 이주근로자의 자녀들이 다니는 대안학교다.
새날학교는 지난달 20일 삼도남초등학교로 이사를 왔다. 2년 넘게 다른 학교 교실을 빌려 더부살이한 끝에 새 둥지를 틀었다. 교정에는 아직도 잡풀이 우거지고 건물은 페인트칠이 벗겨져 있지만 아이들에겐 너무나 소중한 배움터다.
이 학교는 2007년 1월 지역 기업인과 의료인, 교사 등의 도움으로 광산구의 학교 교실 3칸을 빌려 문을 열었다. 개교 당시 2명이던 학생은 30명이 넘어섰고 경기 부천시, 충북 청주시 등 전국 12곳에 분교를 둘 정도로 자리를 잡았다.
현재 재학생은 34명. 연령, 학력 수준에 따라 초중고 7개 반으로 나눠 수업을 한다. 한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보다 이혼한 이주여성이 한국 남성과 재혼하면서 데리고 온 아이들이 더 많다.
새날학교는 지난해 12월 첫 졸업생을 배출했다. 몽골 출신 솜야 씨(28·여)는 몽골 대학입학자격시험을 통과해 몽골국립대 한국어과에 들어갔다. 중국 출신의 제 씨는 새날학교가 정규학교로 인가받지 못한 탓에 중국 고교 졸업 학력을 인정받아 광주 동강대에 입학했다.
○ 희망의 싹을 틔우는 학교
새날학교 교사 28명 가운데 8명은 베트남, 중국, 러시아 등에서 이주한 여성들이다.
수업은 주로 한국어로 하지만 학생들이 모국어를 잊지 않도록 이주여성 교사들이 수학, 과학 등을 모국어로 가르치고 있다. 바이올린, 피아노, 태권도, 사물놀이 등 특기 적성교육은 자원봉사자들이 진행한다. 수업료는 없지만 급식비와 재료비로 한 달에 3만∼4만 원을 받고 있다.
2년 동안의 ‘교육실험’은 교육계 안팎에서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다. 무엇보다 학부모인 이주여성들의 반응이 좋다.
김영경 교무주임(50)은 “지난 추석에는 우즈베키스탄 출신 학부모가 ‘우리 아이들을 가르쳐줘서 고맙다’며 한약 선물을 보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어려운 재정 형편 때문에 걱정이 많다. 연간 운영비로 5억∼6억 원이 필요하지만 정부 지원은 외국인 서포터스사업 등 2억5000만 원에 불과하다. 3000만 원을 교직자선교회가 후원하고 있지만 인건비로도 빠듯한 실정이다. 인가가 나지 않아 졸업생들이 상급 학교에 진학할 때 학력을 인정받을 수 없는 것도 어려움이다.
이천영 교장(50)은 “검정고시를 치러야 하는데 외국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시험을 통과하기란 하늘에서 별 따기만큼 어렵다”며 “우리 아이들 가슴속에 자라는 희망의 씨앗이 꽃처럼 활짝 피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 부산 아시아공동체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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