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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팀 전세기 ‘동행취재기’] “이정도면 ML 최상급” 추신수도 감탄

입력 | 2009-03-11 07:55:00


1라운드 A조1위 결정전에서 일본을 격침시킨 한국 선수단이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사무국에서 내준 전세기를 타고 10일(한국시간) 미국에 도착했다.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에서 출발해 10시간의 비행 끝에 훈련지인 애리조나 피닉스에 도착한 편명 ‘JAL 8806’ 전세기. 그 안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을까. 대표팀과의 전세기 동행취재기를 소개한다.

○한국과 일본의 어색한 하네다 공항 만남

밤 11시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대표팀은 20여 분 만에 출국 수속을 모두 마치고 11시30분에 탑승했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KBO 직원 등을 합쳐 50명이 넘는 선수단의 출국심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대표팀이 전세기에 탑승하는 사이 일본 대표팀 선수들이 뒤따라 들어왔다. 잠시 같은 공간 안에서 어색한 만남이 이뤄졌다. 스즈키 이치로를 비롯해 일본 선수들은 굳은 표정으로 한국선수단 뒤를 돌아서 지나갔다. 굳이 아는 척도 하지 않았고, 모두들 곁눈질로 상대를 훑어볼 뿐이었다. 일본선수 중 4번타자 무라타 슈이치와 9일 마지막 타자로 나선 오가사와라 미치히로는 흡연실로 들어가 담배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마침 도쿄에는 폭우가 쏟아지고 있었다. 일본의 눈물처럼.

○전세기의 최신시설에 감탄

전세기는 보잉 747 D-400 기종. 좌석수가 500석이 넘지만 전세기용으로 개조해 구조 자체가 달랐다. 1등석 11석과 비즈니스석 91석이 실내공간의 3분의 2를 차지했다. 뒤쪽에 촘촘하게 일반석 201석이 배치됐다.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는 1등석, 28명의 선수와 지원팀 스태프는 모두 비즈니스석에 자리잡았다.

친한 선수끼리 삼삼오오 앉기도 했지만 좌석이 남아돌아 1명이 2-3개의 의자를 차지하고 편안하게 쉬기도 했다. 종전까지 이코노미클래스에 거구의 몸을 구겨 앉았던 이대호와 김태균 류현진 등도 편안한 숙면을 취할 수 있었다.

○추신수도 ‘ML 최상급 전세기’ 평가

1회 대회 때는 전세기를 타면서도 비즈니스클래스가 한정돼 있어 일부 선수는 이코노미클래스를 이용하기도 했지만 이번 전세기는 한층 업그레이드됐다. 메이저리그에서 구단 전세기를 이용하는 추신수는 “구단마다 전세기가 조금씩 차이가 있다”면서 “클리블랜드 전세기보다 훨씬 좋다. 시애틀 수준이다. 이번 전세기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최상급이다”고 설명했다.

○서비스 만점, 도착까지 최고급 식사

JAL 항공이어서 스튜디어스는 모두 일본인 여성. 이들은 대표팀 선수들이 전세기에 탑승할 때부터 친절한 미소로 반갑게 맞이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기내식. 일반 비행기와는 달리 한식부터 일식, 양식, 중식까지 마련돼 취향에 따라 식사를 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모두 최고급이었다. 무엇보다 ‘언제든 드십시오’라는 문구와 함께 한식 쇠고기 야채밥, 중식 냉면, 일식 야채 카레, 산채 우동, 일식 녹차밥, 매크로비오틱 콘수프, 샐러드,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이 메뉴판에 올라 있었다. 첫 식사후 도착 1시간 30분 전까지 언제든지 승무원에게 주문만 하면 곧바로 배달돼 나왔다. 대식가에게는 안성맞춤.

○각양각색 표정

김인식 감독은 탑승하면서 상기된 얼굴로 “이겼기에 망정이지, 큰일 날 뻔했어”라면서 특유의 살인미소를 지었다. 격전을 치른 탓일까. 퍼스트클래스에 앉은 김 감독은 와인 한잔을 마신 뒤 곧바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식사를 주문해놓고 미처 먹기도 전이었다.

오승환 등 몇몇 선수들은 비행기에 오르자마자 선수단복을 벗고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뒤 잠을 청했고, 일부 선수들은 노트북에 다운받은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그 와중에 추신수는 자신이 메이저리그 시절 홈런 쳤던 장면들을 돌려보면서 좋았던 타격폼을 찾기 위해 연구를 했다.

비행기에서 내린 선수단은 역시 간단한 미국 입국 수속을 마친 뒤 피닉스 공항에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탑승해 숙소인 위그왬 골프리조트로 향했다.

피닉스(미 애리조나주)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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