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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영화와 차별화?… 음악이 달랐다

입력 | 2009-03-12 02:59:00

연애 한번 못 해본 ‘찌질남’ 대우와 청순한 외모로 토막 살인에 가담하는 수상한 여인 미나의 러브스토리를 그린 뮤지컬 ‘마이 스케어리 걸’. 사진 제공 인터파크


‘달콤, 살벌한 연인’ 뮤지컬로 만든 ‘마이 스케어리 걸’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을 뮤지컬로 만든 ‘마이 스케어리 걸’(변정주 연출)은 영화와의 차별화를 위해 공들인 흔적이 보이는 작품이다.

가장 도드라진 것은 음악이다. 여기서 음악은 단순한 배경음악을 넘어 희곡의 지문처럼 활용됐다. 미나(방진의)가 살인을 결심하며 칼을 도마에 내리칠 때는 웅장한 오페라 음악이, 사랑에 빠진 서로의 속마음을 표현할 때는 ‘말랑말랑’한 가요가 귓전을 스친다.

미묘한 심리나 황당한 상황을 표현하는 데 음악은 그 어떤 소품보다 다양한 모습으로 자주 쓰인 셈이다. 만화 같은 이야기에 어울리지 않게 음악이 버겁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 시도만큼은 새롭다. 하버드대에서 오페라를, 뉴욕대에서 뮤지컬 작곡을 전공한 윌 애런슨 씨(28)가 음악을 맡았다.

영화로 이미 알려진 이야기를, 김치냉장고에서 죽은 화자 두 명의 입을 통해 재구성한 아이디어도 신선했다. 이 작품에는 주인공 미나 대우 장미 성식 외에 홍규와 계동이 등장하는데 둘은 미나와 장미를 괴롭히는 전 애인이자 귀신, 그리고 극을 소개하는 화자 역의 ‘멀티맨’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제목으로 쓰인 ‘마이 스케어리 걸’의 무서운 여자 미나에게는 아쉬움이 남는다. 방진의 씨가 맡은 미나는 칼은 들었으되 제목처럼 무서워(scary) 보이지 않았다. 그저 재수 없이 살인 사건에 말려 이리저리 끌려 다니는 사연 많은 여자로 비친다.

미나에 비해 소심 ‘찌질남’인 대우 역의 김재범 씨와 미나의 절친한 친구 장미 역의 김진희 씨는 자신의 캐릭터를 잘 살렸다.

아기자기한 이야기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 데 무대는 휑해 보인다. 특히 인물 간의 대화는 주로 무대의 양쪽에 떨어져 이뤄지는데 무대가 널찍한 바람에 시선이 분산됐다. 반면에 김치냉장고 속으로 끊임없이 들어가는 배우들의 커튼콜은 기발한 볼거리다. 5월 17일까지 서울 중구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랙. 4만5000원. 1544-1555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