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가 무료, 놀이방과 미술관도 무료다.” 어느 도시 소개가 아니라 인천국제공항 이야기다. 이곳에서 연결 비행기 편을 기다리는 환승객은 쉬면서 즐길 게 많다고 일본 TBS방송이 작년 말 보도했다. TBS는 일본 지방 주민들이 해외여행에 나설 경우 일본의 나리타공항 대신 인천공항을 거쳐 가는 이유를 취재했다. 그 결과 인천은 세계 98개 도시에 비행기를 띄우는 나리타보다 훨씬 많은 170개 도시와 연결돼 있는 등 여러 면에서 ‘아시아의 허브’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인천공항을 찾는 외국인들이 놀라는 것 중 하나가 정보기술(IT) 활용이다. 하루 평균 200명이 휴대전화에 받아놓은 코드로 탑승 수속을 하는 걸 보면서 신기해한다. 작년부터는 하루 평균 4000명이 전자여권과 지문인식으로 ‘자동 출입국심사’를 받는다. 싱가포르와 홍콩의 공항은 자동 심사에 평균 14초가 걸리지만 인천공항은 10초 정도면 된다. 1월 인천공항을 둘러본 러시아의 유력 일간지 로시스카야의 기자는 특집기사에서 ‘도무지 지적할 점을 찾지 못했다’며 ‘공항은 이래야 한다’고 썼다.
▷국제공항협의회(ACI)는 이번에도 인천공항을 세계 1700여 공항 중 최우수 공항으로 선정했다. 4년 연속 1위를 차지한 공항은 인천공항이 유일하다. 작년엔 탑승동(棟) 건설, 터미널 시설 재배치 등으로 서비스 질이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있었지만 문제없이 넘겼다. 세계 공항 중 처음으로 터미널별로 다음 날 예상 승객 수를 추정하고 여기에 맞춰 서비스 인력을 배치해 고객 만족도를 높인 것도 1위의 비결 중 하나다. 지금까지 외국의 항공 및 공항 관계자 4000여 명이 벤치마킹을 위해 인천공항을 찾았다.
▷8년 전 개항할 때만 해도 불안해하는 시선이 많았다. 그러나 공기업 티를 벗고 시장원리를 앞세워 세계 유수의 공항들을 따돌렸다. 출입국 및 환승 시간 단축 등 속도전만 펼친 게 아니다. 여객터미널에 미술작품을 전시하고 정기공연을 해 외국인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국의 서비스 산업도 하기 나름’이란 것을 성과로 보여줬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의 대표 공항들도 맹추격 중이다. 질적 서비스 경쟁이 갈수록 치열하다.
홍권희 논설위원 koni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