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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심 재판부는 “미룰 필요 없다” 합의

입력 | 2009-03-12 02:59:00


‘신영철 논란’ 부른 1심 일부 재판부 “야간집회 금지 위헌심판 기다리자”

작년말 항소부 부장판사 6명 월례모임서

“쇠고기 시위자 재판 현행법대로 진행하자”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시위’로 기소된 피고인들의 2심 재판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항소부 부장판사 6명이 지난해 말 월례모임에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의 위헌 여부와 관계없이 현행법에 따라 재판을 진행하는 것이 옳다”고 의견을 모은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최근 신영철 대법관의 ‘재판 개입 의혹’ 논란의 핵심은 지난해 10월 9일 박재영 판사가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위헌심판을 제청한 이후 재판을 중단할 것인지, 재판을 계속 진행할 것인지였다.

당시 1심 단독 판사 일부는 잇따라 재판을 중단했다. 이에 신 대법관은 “재판을 신속히 진행하라”는 취지의 요구를 거듭했다. 이런 가운데 2심을 맡은 항소부 부장판사들은 재판 진행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당시 월례모임에 참석했던 한 판사는 “야간 옥외집회 금지 조항이 1994년 헌법재판소에서 합헌 결정이 난 적이 있고 일부 피고인이 재판을 빨리 진행해 달라고 요구해 이같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다수 판사들은 “당시 시위 피고인들은 대부분 일반교통방해나 공무집행방해 등 다른 혐의가 함께 적용됐기 때문에 야간집회금지 조항은 유무죄나 양형에 별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말한다.

퀵서비스 배달원인 김모 씨(49)의 경우 지난해 6월 새벽까지 집회에 참여해(야간집회금지 위반) 도로를 점거(일반교통방해)했다. 또 호텔에 쓰레기 등을 던지다(공동재물손괴) 경찰에 잡혔으나 도망친 혐의(업무방해 및 도주)로 항소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김 씨의 혐의 중 야간집회금지 위반은 법정 형량이 50만 원 이하의 벌금으로 가장 가볍다. 이처럼 2가지 이상의 법 조항을 위반한 경우 법원은 형량이 가장 무거운 혐의의 유무죄를 먼저 판단한 뒤 가중처벌 여부를 결정한다.

특히 김 씨 재판을 맡은 1심 재판부도 “설령 헌재가 위헌 결정을 내리더라도 밤 12시 이후엔 집회를 금지하는 등의 제한을 둘 것으로 보여 현행법에 따라 선고했다”고 밝혔다. 피고인들이 대부분 밤 12시를 넘겨 새벽까지 불법 시위를 벌이다 기소됐기 때문에 재판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동아일보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쇠고기 반대 시위 구속기소자 43명 전원의 공소장을 분석한 결과 공무집행방해 혐의만으로 기소된 서모 씨 등 2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김 씨처럼 2∼6가지의 혐의가 중복 적용됐다.

43명 가운데 40명에게 야간집회 참가 혐의가 적용됐는데, 이 40명 가운데 32명은 그보다 형량이 높은 일반교통방해죄(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가 함께 적용돼 기소됐다. 나머지 8명도 공무집행방해죄(5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 등이 함께 적용됐다.

대다수가 야간집회금지 조항이 적용되긴 했지만 실제 재판결과는 일반교통방해죄나 공무집행방해죄 등의 유무죄에 따라 좌우되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법원의 한 관계자는 “재판에 큰 영향이 없음에도 일부 판사들이 야간집회금지 조항 위헌제청이후 재판을 중단한 것은 판결문에 이 조항에 대한 판단도 넣어야 했기 때문”이라며 “법원장이 재판 속행을 요구한 것은 간섭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종식 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