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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간부 도박징계 결정뒤 돌아서서 또 도박

입력 | 2009-03-12 19:01:00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현대차 노조) 아산공장 집행부 총사퇴는 1월 19일 울산에서 열린 대의원대회에 참석한 아산공장 노조 간부들의 도박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도박이 벌어진 날은 현대차 노조가 여론을 외면하고 파업을 결의한 날이라는 점에서 도덕성에 큰 상처로 남게 됐다.

▽그날 무슨 일이=도박 사건이 발생한 날은 현대차 노조의 제103차 임시대의원대회가 열린 1월 19일. 울산공장 앞 문화회관에서 이날 오후 2시부터 열린 대의원대회는 '2009년 1월부터 시행하기로 한 전주공장의 주간 연속 2교대제를 시행하지 않고 있다'며 쟁의발생을 결의했다.

당시 대다수 국민과 조합원들은 "세계 자동차업계가 경영위기를 맞고 있는 상황에서 파업을 해서는 안된다"는 여론이 높았지만 대의원들은 만장일치로 쟁의행위를 결의했다.

이어 아산공장에서 울산으로 온 대의원 등 노조 집행부 20여명은 울산에서 1박을 했으며 이 가운데 3, 4명이 숙소로 잡은 울산 시내 여관에서 도박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낮에는 여론을 외면하고 파업을 위한 쟁의결의를 하고, 밤에는 도박을 하는 부도덕한 노조 간부의 전형을 보여준 것. 도박 판돈에 대해 조합원들 사이에는 '수백만 원'이라는 소문이 무성했다.

또한 이날 대의원대회에는 쟁의발생 결의와 함께 아산공장의 또 다른 노조간부가 조합원들과 어울려 도박한 것에 대한 징계건도 안건으로 상정돼 있었다. 당시 이 간부는 제명 결정이 났다. 하지만 도박자 징계를 위한 대의원대회가 끝난 다음에 다른 노조 간부가 또다시 도박을 한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약 한달 뒤 한 노조 조합원이 대자보를 통해 공개하면서 외부에 드러났다.

김 위원장은 12일 배포한 유인물에서 "소문처럼 일부 노조 간부가 상습적으로 도박을 하고 수백만 원의 판돈이 오간 것은 아니나 일부 노조간부가 도박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노조는 비리 백화점?=이에 앞서 이헌구 전 노조위원장은 회사로부터 임금 및 단체협상을 조기에 종결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2억 원을 받은 혐의로 2007년 1월 구속됐다.

전 노조 대의원 정모(42) 씨는 2003년 11월 취업희망자에게서 3000만 원을 받고 취업을 알선해 주는 등 12명에게서 4억1500만 원을 받아 2005년 6월 검찰에 구속됐다. 당시 정 씨 외에도 전현직 노조 간부 8명이 입사 희망자 38명에게서 7억8000여만 원을 받은 혐의로 처벌받았다.

2006년 12월에는 전 노조 간부 이모(44) 씨가 노조 창립기념품 업체 선정 과정에서 납품업체에 각종 편의를 준 혐의(업무상 배임 등)로 경찰에 구속됐다. 당시 박유기 노조 위원장 등 노조 집행부는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임기를 10개월여 남겨놓고 조기퇴진하기도 했다.

조합원 이모씨(46)는 "대의원만 당선되면 현장에서 일을 거의 하지 않는 등 노조 간부들의 특권의식이 사라져야만 비리도 근절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울산=정재락기자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