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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소말리아 ‘新나토 동맹’

입력 | 2009-03-13 02:58:00


해군 청해(淸海)부대 장병 300여 명을 태운 문무대왕함(4500t급·함장 장성우 대령)이 오늘 오전 경남 진해기지에서 소말리아 해역으로 떠난다. 청해부대 명칭은 신라의 장보고가 전남 완도에 설치했던 해상무역기지 청해진에서 따왔다. 문무대왕함은 죽어서도 나라를 지키겠다며 경주 인근 감포의 해중(海中)왕릉에 묻힌 신라 제30대 문무대왕을 기리는 이름이다. 청해부대는 앞으로 해적이 출몰하는 아프리카 동부 소말리아 해역에서 6개월간 한국 선박을 보호하게 된다.

▷우리 해군으로서는 첫 전투함 해외 파견이다. 우리 자신의 국익과 필요에 의한 파병도 사실상 처음이다. 과거 베트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파병은 육군 위주로 미국 등 동맹국의 요청에 의한 것이었다. 청해부대는 작년 12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소말리아 해적 소탕작전 확대 결의안’에 따라 외국 선박을 보호하기 위해 다른 나라 해군과 연합작전을 펼 수도 있다. 이번 파병에 대해 ‘신(新)나토 동맹’ 가입이라고도 의미를 부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현재 소말리아 해역에는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15개국의 군함 23척이 활동 중이다. 일본도 한국에 이어 호위함 2척을 곧 파견한다. 일본은 심지어 헌법상의 ‘전투행위 금지’ 족쇄를 사실상 푸는 내용의 ‘해적대처법안’까지 마련했을 정도로 적극적이다. 작년 말 7000t급 구축함 2척과 보급함 1척, 병력 800여 명을 파견한 중국은 ‘대양(大洋) 해군’의 꿈을 키우려는 야심이 역력하다. 최근엔 항공모함 건조 의사까지 드러냈다.

▷소말리아 해역은 주요 국가들의 해군력 전시장이 되고 있지만 해적의 준동은 좀처럼 잦아들 기미가 없다. 소말리아의 정정(政情) 불안도 한 원인이지만 해적질이 이미 이 나라 사람들의 ‘고소득 비즈니스’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110여 차례나 해적의 공격이 있었고 배 40여 척이 해적에게 나포됐다. 작년 한 해 인질 몸값으로 벌어들인 돈은 총 1억2000만 달러(약 1700억 원)에 달한다. 문무대왕함은 우리 선박 보호에 최선을 다하되 미국을 비롯한 다른 나라 해군과의 협력에도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