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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여자의 경쟁력]김치명인 1호 김순자 사장

입력 | 2009-03-14 14:03:00


"돈도 돈이지만 이건 사람이 할 짓이 아니네요."

1988년 함께 김치를 담그던 일용직 아주머니 10여명이 짐을 쌌다.

한성식품 김순자 사장 (55)은 눈앞이 캄캄해졌다. 올림픽이 열리기 직전이었다.

1986년 6월 회사 설립 직후 아시안게임 김치 공급업체로 선정돼 매일 밤샘 작업을 통해 김치를 공급했고, 잇따라 올림픽 김치 공급업체로도 선정된 터였다. 하지만 아주머니들은 "그 고생, 또 하고 싶지 않다"며 떠나버렸다.

그렇다고 선수촌에 김치를 안 보낼 수는 없는 일. 김 사장은 팔을 걷어 붙였다. 매일 밤 혼자서 재료를 다듬고 배추를 절이고 김치소를 만들었다. 많을 땐 하루 4300포기까지 혼자서 김치를 담갔다. 공장에 놀러오는 친구 친척 지인들을 그냥 눌러 앉혀 비닐장갑을 끼게 하고 "나랑 같이 김치 좀 담가 달라"고 애원했다. 미친 듯 김치를 담그는 동안 제대로 자 본 기억조차 없다. 목욕탕에 가서 옷 갈아입으며 잠깐씩 눈 붙인 시간을 다 더하면 1주일에 3시간쯤 될까.

"지금 생각해 보면 그 힘이 어디서 나왔는지 모르겠어요. 일용직 아주머니들이 나간다고 할 때 너무 어이가 없어 바닥에 주저앉았어요. 그리고 한참을 생각했죠. '다른 사람 같으면 어떻게 했을까'하고. 그런데 그 때 이런 생각이 드는 거예요. '내가 이런 생각할 겨를이 있을까.' 벌떡 일어날 수밖에 없었지요."

88올림픽과 장애인 올림픽, 2002 부산 아시안게임, 2003년 대구 유니버시아드 등 국제적인 행사를 무사히 치러낸 김 사장은 차츰 내공을 쌓아갔다.

지금까지 그는 무려 70여건의 김치발명특허를 출원해 미역김치, 생쑥김치, 깻잎양배추말이김치, 롤샌드위치 김치 등 국내 18건, 국외 1건 등 모두 19건의 특허를 등록했다. 현재 국내 40여 특급 호텔 체인에 김치를 납품하고 있으며 각급 국가 기관에도 그가 만든 ‘정드린 김치’가 식탁에 오른다.

2007년에 그는 농림부로부터 국내 김치 명인 1호로 지정됐다. 경쟁이 치열한 시장에서 그가 선두에 설 수 있었던 데에는, 사람이 없으면 혼자서라도 밤을 새며 4000여 포기의 김치를 담그는 '저돌성'이 한 몫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

● 위기일수록 정공법으로 돌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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