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펜 돌리기 아시안컴 단체전 우승자인 유제민 씨.
2008 펜 돌리기 아시안컴 단체전 우승자인 유제민 씨.
펜 돌리기가 정식 스포츠가 될 수 있을까?
불과 3~4년 전만 해도 이 같은 질문은 우문(愚問)에 가까웠다. 학창시절의 추억거리에 불과한 펜 돌리기가 웬 스포츠? 그러나 이제 펜 돌리기도 정식 스포츠, 그것도 세계적 스포츠로 성장할 가능성이 커졌다. 인터넷과 UCC 등 첨단 미디어의 눈부신 발전 덕분이다.
2007년 7월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펜 돌리기 협회'가 창설됐다. 한 완구업체는 펜 돌리기 전용 펜까지 선보였고 2008년에는 전국대회가 시작됐다. 주말이면 수십 명의 젊은이들이 공원에 모여앉아 펜 돌리기 연습을 하는 것은 일본에서는 익숙한 풍경이 됐다.
펜 돌리기 협회는 일본에서 먼저 만들어졌지만 펜 돌리기 UCC는 한국에서 제작되기 시작됐다. 한국에서 만든 UCC들이 전 세계에 전파돼 펜 돌리기의 대중화에 기여하고 스포츠로 정착되는 기틀을 마련했다. 한국이 비보잉 강국으로 떠오른 이유를 프랑스 르몽드지가 '초고속 인터넷 문화' 때문이라고 분석했듯 펜 돌리기에서도 한국은 UCC를 통해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현재 국내 펜 돌리기 동호회 규모는 일본보다 규모가 더 크고, 실력도 뛰어난 것으로 평가 받는다.
▲동아일보 정호재 기자
동호인들은 펜 돌리기를 '펜-스핀'으로 부르는데 국내엔 펜스핀 동호회를 표방한 인터넷 커뮤니티가 적지 않다. 이 중 2003년 창설된 '펜을 돌리는 사람들'(일명 펜돌사, http://cafe.daum.net/990701)이 중심에 서 있다. 28만여명이 회원으로 가입한 이 동호회에는 100여 가지가 넘는 펜스핀 기술과 '돌리기 전용 펜'을 만드는 노하우 등을 담은 UCC 동영상이 게시되어 있다.
펜 돌리기가 앞으로는 양손을 이용한 기술로 진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펜 돌리기의 정수는 한손으로 펼치는 능수능란한 묘기다.
손가락과 돌리는 방향에 따라 '인지 휘감기' '역 검지 휘감기' '엄지 돌리기' '역엄지배감기' 등이 대표적인 펜 돌리기 기술 이름이다. 또 단순한 손 위의 기술에 그치지 않고 공중위로 띄우는 기술인 '공중기', 마술과 같은 'SF기술' 그리고 창조성과 기예성이 합작된 '콤보(연속)동작' 등으로 발전해 가며 하나의 스포츠로 자리매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