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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仁遠乎哉아 我欲仁이면 斯仁至矣니라

입력 | 2009-03-16 02:52:00


仁이란 무엇인가? ‘논어’는 한 가지 방식으로 정의하지는 않았다. 정약용은 仁이란 사람에게로 향하는 사랑이라고 했다. 그렇다면 仁은 나 자신에게서 말미암기에 내게서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述而편의 이 章은 그 뜻을 드러냈다. ‘내가 仁하고자 하면 仁이 이르러온다’는 말은 인의 내적 자발성을 강조한 것이지, 나와 동떨어져 있던 어떤 것이 내게로 온다는 뜻은 아니다.

乎哉(호재)는 의문종결사이면서 반문의 어조를 지닌다. 仁遠乎哉는 인이 멀리 있지 않기에 인을 실행하면 곧 인이 이루어진다는 뒷말의 의미를 내포한다. ‘논어’ 顔淵(안연)편에서는 “하루 克己復禮(극기복례)를 하면 천하가 仁으로 돌아온다. 仁을 함은 자기에게서 비롯하나니, 남에게서 비롯될 것인가?”라고 했다. 자기에게서 비롯된다는 말인 爲仁由己(위인유기)는 바로 이 장의 뜻과 통한다. ‘맹자’도 仁은 사람의 마음이라고 했다.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본성이 인이라고 본 것이다. 欲(욕)은 주체의 意志와 志向을 나타낸다. 斯(사)는 ‘이에’로 풀이하는데, 원인과 결과나 조건과 결과를 이어주는 則(즉)과 쓰임이 유사하다. 矣(의)는 강한 단정과 확신을 나타내는 종결사다.

奇大升(기대승)은 ‘勉學詩(면학시)’에서 인간이 사사로운 감정에 얽매여 술 취한 듯 꿈꾸는 듯 분잡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두고 어려서 고향을 떠나 고향을 아예 잃어버리고 만 일과 같다고 했다. 고향 잃은 사람이란 말은 ‘장자’에 나오는 弱喪(약상)을 끌어와서, 본마음을 잃어버린 상태를 빗대어 한 말이다. 우리 현대인은 어쩌면 고향이 아예 없거나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잃어버린 존재인지 모른다. 기대승이 말했듯이 善의 단서를 헤아려 근본을 탐색해가는 自反(자반)의 노력이 필요하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