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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동빈 기자의 자동차 이야기]별것 아닌 고무, 자동차엔…

입력 | 2009-03-17 02:57:00


별것 아닌 고무, 자동차엔 보석같은 존재

우리 삶에도 ‘고무’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자동차’ 하면 떠오르는 물질은 금속일 겁니다. 실제로 자동차에 사용되는 강판은 차 무게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전체 제조원가의 1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알루미늄과 합금 등으로 이뤄진 엔진과 변속기까지 감안하면 자동차 전체 질량의 70%가 금속입니다. 그래서 자동차를 금속 덩어리라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자동차 전문가 중에는 의외로 고무를 꼽는 사람이 많습니다. 타이어를 제외하고라도 고무는 자동차 구석구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고무는 방음(防音), 방진(防振), 방수(防水) 기능을 비롯해 전기의 절연과 충격 흡수, 열 차단 등 많은 임무가 있습니다.

엔진과 변속기는 차체에 직접 연결되면 엄청난 진동과 소음이 발생하기 때문에 고무 위에 떠 있는 형태로 고정됩니다. 바퀴와 차체를 연결하는 현가장치(서스펜션)도 움직이는 관절마다 고무가 들어갑니다. 또 고무는 연료탱크와 엔진오일 등의 누유를 막는 기능도 있고, 냉각수와 공기 등이 통과하는 호스의 주요 소재로도 사용됩니다.

고압 전기가 발생하는 부분에서는 전기가 새나가는 걸 막아주고, 차체 곳곳에서 물과 소음이 차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아주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고무는 다재다능한 소재죠. 고무가 개발되지 않았다면 지금과 같은 고성능, 고품질 자동차가 존재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알고 지내는 한 자동차 엔지니어는 고무를 자동차에서 ‘보석’ 같은 존재라고까지 치켜세웠습니다.

그러나 고무가 자동차 전체에서 차지하는 무게나 가격은 일반적으로 1%에도 채 못 미칩니다. 타이어를 포함해도 2% 안팎입니다. 존재감도 크지 않은 작은 소재가 참 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죠. 고무의 역할이 크다 보니 자동차의 품질에 따라 고무의 질감도 차이가 납니다. 명품 자동차일수록 각 부분에 사용되는 고무는 부드러우면서도 쫄깃쫄깃합니다. 값싸고 구하기 쉬운 소재여서 무시하고 개발을 소홀히 하면 자동차의 전체적인 품질은 물론 내구성이 떨어지는 결과를 낳겠죠.

자동차뿐만 아니라 우리는 어디서나 고무 같은 역할을 하는 존재의 중요성을 잊고 사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금 세계를 강타한 경제위기도 유연하게 완충역할을 하는 고무 같은 부분을 두지 못하고 금융과 부동산 등을 빡빡한 수학공식 속에 집어넣어 굴리다 보니 비극적인 상황을 맞은 것은 아닐까요. 금속이 서로 맞닿아 스파크를 튀기며 끊어져 버리듯이 말이죠.

어려울 때일수록 인간관계에라도 유연한 고무 역할을 하는 완충공간을 확보하도록 노력해야 세상이 덜 각박해질 것 같습니다.

석동빈 mobid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