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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1주년 맞은 유인촌 장관

입력 | 2009-03-17 18:40:00


"그물을 던졌는데, 저인망으로 훑고 그물을 올려보니까 고기가 별로 없었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취임 1년의 성과에 대해 이렇게 말을 꺼냈다. 16일 문화부 장관실에서 만난 그는 "그물에 걸린 건 '기관장'과 '미디어'뿐이었다"고도 했다.

-물고기를 왜 많이 못 잡았나?

"결실을 본다는 것 자체가 좀 빠르다. 지난해 밭을 갈았으니 올해가 수확하는 시기다. 언론에 비쳐진 걸로만 보면 문화부가 기관장 사퇴와 신방(신문방송)겸영과 미디어렙 같은 미디어 문제만 갖고 일한 것처럼 보일 수 있겠더라. 실제론 더 많은 일을 했는데 실상은 그것 밖에 없는 것처럼 보였다."

유 장관은 1시간반에 걸친 인터뷰 동안 "발에 땀나도록 돌아다녔다" "몸이 부서져라 일했다"는 말을 서너 차례 했다.

-장관만 열심히 뛸게 아니라 일선 현장이 더 뛰어야 하지 않나.

"내가 돌아다닌 현장을 관계 기관장이 안 다니고 어떻게 나와 일하겠느냐. 죽어라고 현장을 다녀야 좋은 정책이 나온다."

그는 "(임명 당시 경영계약서에 명시된대로) 기관장의 성과를 1년 단위로 평가해 미흡할 경우 임기와 관계없이 물러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첫 평가 대상 기관은 국립발레단과 영화진흥위원회로, 5월에 평가를 시행할 계획이다.

"임명한 지 1년이 되가는 기관장이 8명 쯤 된다. 평가에 따라 이번에 옷을 벗어야 할 분도 나올 수 있다. 이번 정부가 지난 정부와 다르다는 게 이런 거다."

-평가 기준은?

"흑자냐 적자냐의 문제만이 아니다. 리더십, 정책추진의지, 노사문제, 대(對)국민 서비스 등 모든 분야를 점검한다. 정부가 바뀌면서 발생한 구조적 갈등도 많은데 그런 게 해결 안 되는 것도 문제다. 공기업 선진화는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 지원금을 제대로 집행하는지 등도 볼 것이다."

유 장관은 또 "문화부 소속기관이 정부와 국민을 소통시키는 서비스 기관임에도 그동안 새 정부의 문화 정책의 방향과 비전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하고 있어 오히려 정부의 소통 노력을 오해하게 만드는 바리케이드와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올해는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 진정한 서비스 기관으로 거듭나도록 변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년간 보람이 있었던 성과로는 기무사 터에 현대미술관을 설립하기로 한 것과 학교 체육의 정상화를 꼽았다.

-올해 최우선 과제는.

"저작권이다. 저작권법 개정을 통해 현장의 창작자를 지켜주려는데, 이를 두고 인터넷 통제다, 아고라 폐쇄다 해서 국회통과가 안됐다. 우린 적어도 딴 생각하면서 정책을 만들지는 않는다. 지적재산권 보호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올해 바로 잡겠다."

문화부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최근까지 불법복제물을 상습적 직업적으로 웹하드 등에 전송한 61명을 수사해 이 중 39명은 검찰에 송치한 바 있다.

유 장관은 취임 초기 문화예술지원정책의 4가지 원칙(선택과 집중, 간접지원, 사후지원, 문화향유권 확대)을 밝힌 바 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진 못하고 있다. 유 장관은 "이 문제를 맡은 문화예술위원회가 지난해 기관장 사퇴 문제로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했는데 이제 조직이 정비됐으므로 제대로 시행할 것"이라고 했다.

유 장관은 또 "현재 2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국립미술관장과 국립극장장은 국가 이미지와 브랜드를 만드는데 중요한 역할과 책임을 갖는 자리인 만큼 그에 맞는 격이 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부 산하 국립예술단체의 업그레이드도 주요 과제 중 하나로 꼽았다.

-체질개선이 가장 시급한 단체는.

"국립극단이다. 국립오페라단과 국립합창단은 많이 좋아졌고 국립발레단도 열심히 하는 것 같다."

최근 국립오페라단의 합창단 해체 문제에 대해서는 "국립오페라단에는 합창단 규정이 없다. 지난 단장이 인건비 책정없이 단원을 뽑아 사업비에서 인건비를 써왔다. 이건 정상적이 아니다. 어쨌든 사정은 안됐으니 합창단원에게 다른 일자리도 제안했지만 해고 무효부터 해달라고 한다. 이건 정치적인 게임을 하자는 것 아니냐. 용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화부는 지역 축제와 영화제에 대한 지원금도 원점에서 다시 평가할 방침이다. '먹고 노는' 축제는 지자체가 알아서 하고, 정부는 국가 브랜드 제고를 비롯한 의미 있는 축제를 중점 지원하겠다는 취지다.

-지원금문제는 반발이 클 텐데.

"난 어차피 이걸(장관직)로 출세할 사람이 아니다. 장관까지 했으면 출세 한 거다. 이번이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지원제도와 정책을 바로 잡겠다. 지원금은 국민의 피와 살 같은 세금인 만큼 꼼꼼히 따져 집행해야 한다. 아무나 주지 않고, 함부로 주지 않고, 아무리 '빽' 써도 주지 않겠다."

-지난 1년간 가장 속상했던 일은.

"개인적으로 평생 들어보지 못한 비난으로 상처를 받았다. 특히 기관장 문제가 가장 속상했다. 사안의 본질보다 진퇴 문제로만 부각이 됐다. 그분들이 상처를 많이 남기고 가셨다. 그분들은 성공한 거다. 하지만 그랬다고 그들을 배척하거나 편가르기 같은 건 하지 않겠다."

그는 "(장관에서) 물러나기 전까지 '대못질'을 해서라도 제대로 된 문화정책이 정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강수진 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