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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벌주의 못고치면 정예강군 어려워”…軍조직개혁 칼 뺀다

입력 | 2009-03-18 03:00:00


■ 사관학교 왜 합치나

생도 시절부터 특정군에 얽매이지 않고 동료의식 함양

장교 교육 낭비요소 없애고 육해공 ‘전력 합동성’ 극대화

軍조직 방대한 美 이외 선진국들도 3軍장교 통합 양성

정부가 이명박 대통령 임기 안에 육해공 3군 사관학교의 통합을 추진하기로 한 것은 군내 위화감과 출신별 차별 논란 등 잘못된 조직문화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선진 정예강군은 요원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초급장교 교육과정에 소요되는 인력의 중복과 시설의 낭비 요소를 제거해 이명박 정부의 ‘실용주의’를 군에 접목시킨다는 의미도 담겨 있다.

▽‘육해공사 통합 더 미룰 수 없어’=육해공군 사관학교를 통합 운영해야 한다는 주장은 군 안팎에서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유사시 육해공군이 보유한 전력의 합동성을 극대화하고, 해묵은 출신 간 차별을 해소하려면 3군 사관학교 양성과정을 통합해야 한다는 지적이었다. 하지만 그때마다 각 군의 이해관계와 군 상층부의 반발로 무산됐다.

각 군 사관학교 출신의 예비역을 비롯한 군 안팎의 인사들도 각 군의 특수성과 안보환경을 고려하지 않은 발상이라며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일각에선 사실상 육사로 해사와 공사가 흡수되고, 육사 출신의 입김만 더 거세지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후 역대 정권과 군 당국은 군내 위화감 해소를 위해 각종 법적 제도적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뿌리박힌 폐습을 없애지 못했다. 육군 위주의 군 조직과 인사 탓에 상대적으로 소외된 해·공군의 불만과 반발로 인해 각종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불과 몇 년 전까지 진급심사 때마다 특정 군 출신을 비방하는 투서가 나돌거나 괴문서가 뿌려지는 소동이 벌어지곤 했다. 그때마다 군 당국은 제2의 창군에 맞먹는 개혁을 내세우며 자군(自軍) 이기주의를 버려야 한다고 역설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정부 관계자는 “군내 잘못된 조직 문화를 근본적으로 개선하지 않고선 첨단무기와 군 구조개편 등 전력 증강을 해도 선진 정예강군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사관학교 통합은 군내 구습을 극복하고 미래 합동군 체제를 완성하는 첫 단추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 사관생도 선발 및 교육과정=3군 사관학교의 통합은 군 최고 통수권자인 이 대통령의 의지가 담겨있는 것으로 알려져 일단 정부의 구체적인 방침이 확정되면 신속하게 추진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 목표는 이 대통령 임기 안에 통합을 마무리해 첫 통합 사관생도를 선발하는 것이다. 이 목표대로라면 늦어도 2012년에는 통합 사관생도 1기가 탄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방침을 확정하는 대로 국방중기계획 등에 포함시켜 세부 추진 일정을 마련할 계획이다.

창군 이래 최초로 군별 구분 없이 선발되는 통합 사관생도는 통합 교육시설(통합 사관학교)에서 저학년 때 군사전략이나 전사(戰史) 등 핵심 공통과목을 이수하고, 고학년이 되면 육해공군의 특성에 따라 전공을 선택해 나머지 과정을 이수한 뒤 초급장교로 임관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육사 몇 기, 해사 몇 기 등 기존의 군별 기수 관행이 사라지고 육해공군 직업장교들에겐 모두 동일한 출신 기수가 적용된다.

정부 소식통은 “통합 사관학교의 핵심 취지는 생도 시절부터 특정 군에 얽매이지 않고 동료의식을 길러 야전에서 합동성을 존중하는 지휘관이 되도록 하려는 것”이라며 “군 조직이 방대한 미국을 제외한 많은 선진국이 육해공군 장교들을 통합 양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