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경제위기를 맞아 정부가 추경 예산안을 편성해 조만간 국회에 제출한다고 합니다. 추경 예산이란 무엇이고, 왜 필요한가요?》
국가 경제에 예상 못한 큰 일 닥쳤을 때
본예산에 금액 더해 추가예산 짜는거죠
추경 예산은 추가경정(追加更正) 예산을 줄여 부르는 말입니다. 기존에 짰던 본예산에 금액을 추가(追加)해 틀린 것을 바로잡는(更正) 예산이라는 뜻이지요.
그럼 예산은 무엇일까요? 예산은 국가의 가계부입니다.
가정에서 쓰는 가계부는 이미 지출한 돈을 기록하지만 국가의 가계부는 국민에게서 거둬들일 세금을 적재적소에 효율적으로 쓰기 위해 미리 쓸 용도를 정해 놓지요. 세금으로 들어올 돈 중 얼마로는 초중고교생 교육을 위해 학교를 짓고, 다른 얼마로는 장애인을 위한 복지시설을 마련하는 데 쓰자는 식으로 말이지요.
그런데 한 해 200조 원이 넘는 엄청난 규모의 예산을 하루아침에 뚝딱 만들 순 없겠지요?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는 5월부터 각 부처의 의견을 듣고 다음 해에 꼭 추진해야 할 정책과 사업들을 점검한 뒤 9월 말까지 이듬해 예산안을 마련해 국회에 보고합니다.
국회는 이를 따져봐서 어떤 사업의 예산은 줄이고, 어떤 사업에는 돈을 더 배정해 ‘본예산’을 확정하지요. 재정부는 확정된 본예산에 따라 각 부처에 돈을 나눠주고 쓰게 합니다. 이를 ‘예산 집행’이라고 합니다.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9월까지 내년도 예산을 다 짜놓았는데 9월 이후나 다음 해에 갑자기 국가 경제에 큰일이 닥치면 이미 짜놓은 예산만으론 정부가 위기에 대응할 만큼 효과적인 정책을 펼 수 없습니다.
특히 지난해에 그런 일이 많았습니다.
지난해 상반기에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국내 기름값이 크게 오르자 화물차 운전사나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큰 피해를 봤습니다. 정부는 6월에 이들의 생계를 지원하기 위해 추경 예산을 편성했습니다.
이어 9월에 발생한 미국발(發) 금융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한국의 경기침체 속도가 빨라지자 정부는 이미 짜놓았던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기 전에 고쳐 지난해 말 ‘수정 예산안’을 내놓기도 했지요.
그러나 재정지출을 크게 늘린 수정예산안으로도 경기하락을 막기는 부족한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해 9월부터 침체 국면에 빠진 세계 경제는 아직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우리 경제는 수출을 늘려 되살아날 수 있었지만 지금은 세계 각국의 소비가 동시에 줄어 수출이 늘어나기도 쉽지 않습니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 영세 자영업자와 저소득층, 중소기업들이 가장 큰 고통을 겪게 됩니다. 사람들이 지갑을 열지 않으면 소규모 식당이나 가게는 문을 닫게 되고, 중소기업도 공장을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이에 따라 일자리를 잃는 사람도 급속히 늘게 되지요.
이럴 때 정부는 경기부양책을 마련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도와야 합니다. 예정되지 않은 정책을 펴려면 돈이 더 필요하고, 정부는 예산을 고쳐 돈을 쓸 여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런 이유로 정부는 조만간 추경 예산을 편성할 계획입니다. 규모는 30조 원 안팎으로 예상됩니다.
정부는 당초 거둬들일 예정이었지만 경기악화로 걷을 수 없게 된 세금 부분을 메우는 데 이 중 10조 원 정도를 쓸 계획입니다. 경제가 나쁘면 기업의 이익이 줄고 사람들의 소비도 감소해 실제로 걷히는 세금이 줄어들게 되지요. 세수 부족으로 예정된 정책을 추진하지 못하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추경 예산을 짜는 것입니다.
나머지 20조 원으로는 경제위기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기로 했습니다. 일할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에는 정부가 일정 기간 일자리를 주고, 일할 능력이 없는 장애인과 노인들에게는 생계비를 주는 정책 등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추경 예산의 규모가 커지면 어려운 이들에 대한 지원이 늘어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크면 클수록 좋은 것은 아닙니다. 추경 예산을 짜려면 국가는 국채(國債)를 발행해 민간에서 돈을 빌려야 합니다. 국채란 말 그대로 ‘국가의 빚’입니다.
국가도 돈을 빌리면 언젠가는 갚아야 하므로 부담이 커집니다. 정부 재정의 튼튼한 정도를 나타내는 재정 건전성도 나빠집니다. 이런 점 때문에 추경 예산의 규모는 적절한 수준에서 결정돼야 합니다.
예년에 정부는 예산의 절반 이상을 지출한 가을(秋)에 추경 예산을 짜는 일이 많아 ‘추경(秋更) 예산’이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100년에 한번 찾아온다는 경제위기 때문에 봄에 짜는 춘경(春更) 예산이 돼 버렸습니다. 모쪼록 추경 예산이 잘 짜여져 경제 회복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해 봅니다.
최창봉 기자 ceric@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