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에 호적 등록을 거부해 지금까지 호적도 국적도 없는 '무적자(無籍者)' 신분이었던 단재 신채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들이 97년 만에 가족관계등록부(옛 호적부)에 오르게 됐다.
서울가정법원(법원장 유원규)은 국가보훈처가 신채호 선생 등 독립운동가 62명의 가족관계등록부 창설을 허가해 달라고 낸 신청을 받아들였다고 18일 밝혔다.
이번에 가족관계등록부가 창설되는 독립운동가는 김규식, 이정, 지운식 선생 등이다.
신채호 선생 등은 1912년 일본이 식민지 통치를 위해 호적제를 도입하자 일본 호적에 이름을 올릴 수 없다며 등록을 거부했고, 광복 후 정부가 호적에 등재된 사람들에게만 대한민국 국적을 부여해 사실상 호적 없는 무적자가 됐다.
지난달 6일 독립운동가가 호적 없이 사망한 경우에도 가족관계등록부를 창설할 수 있도록 하는 독립유공자예우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이들의 국적과 호적이 회복되는 길이 열렸다.
법원은 이들의 등록부 작성을 위해 대상자의 등록기준지 시(구)·읍·면장에게 허가 등본을 보냈고 신채호 선생은 서울 종로구 공평동 56번지를 기준지로 등록부가 만들어진다.
법원 관계자는 "이번 조치로 독립유공자의 희생과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후손들이 독립유공자의 자손임을 인정해달라고 '인지청구'를 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종식기자 bel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