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구호개발기구인 월드비전은 최근 해외아동 정기후원금을 2만원에서 3만원으로 인상한다고 후원자들에게 이메일과 홈페이지를 통해 공지했다. 1992년부터 17년간 후원금을 월 2만원으로 유지해왔지만 더 이상 물가, 환율 상승분을 흡수할 여력이 없어서다.
환율이 1달러 당 1000원일 때는 100 달러로 우물 1개를 설치할 수 있었지만 1500원 가까이 되는 요즘은 150 달러가 든다. 환차손으로 현지 사업이 차질을 빚게 되면 후원 대상 아동들은 당장 생존을 위협받을 수도 있는 상황. 월드비전 국제개발팀 이정임 팀장은 "요즘처럼 고환율이 지속되면 해외 사업 축소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고환율이 해외 구호에 의지하는 빈곤 국가들을 더욱 굶주리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 지난해부터 해외 후원금 인상 잇따라
또 다른 국제구호개발 NGO인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6월 이미 해외아동 후원금을 2만원에서 3만원으로 올렸다. 환율이 오르기 전부터 국제 곡물가가 뛰기 시작해 구호 사업 진행에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한국에 국제본부를 두고 있는 굿네이버스는 이번 고환율로 인한 타격이 심했다. 원화로 22개국 해외 지부에 사업비를 전달하는데 현지에서 원화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굿네이버스 김윤주 국제협력부장은 "환율이 30% 오르면, 방글라데시에서 운영하고 있는 밧다라 학교(초중등학교)의 지원 아동 433명 중 150여명의 아동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된다"며 심각성을 설명했다. 환차손이 극빈 아동의 생존과도 직결된다는 얘기다.
기아대책도 지난해 12월 해외결연 후원금을 3만원으로 인상했다. 올해 사업계획을 1달러 당 1500원을 기준으로 짰지만 이렇게 되면 같은 사업비로 매년 해 오던 사업의 3분의 2밖에 진행할 수 없게 된다. 경제 침체로 부담스러워 하는 후원자가 많을 것이라는 우려에도 12년 동안 2만원이던 후원금을 3만원으로 인상할 수밖에 없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아직 후원금을 올리지 않았지만 내부적으로 인상을 검토 중이다. 5년 이상 장기적 사업들이 많은데 예년 수준으로 지원을 하려면 환율 상승분이 반영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 그래도 후원은 계속된다
월드비전, 굿네이버스, 기아대책은 신규 후원자와 기존 후원자의 경우 신청자에 한해 인상된 후원금을 받고 있다. 최근 경기가 좋지 않다 보니 후원을 부담스러워하거나 중단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예상 밖으로 개인 후원자들의 호응이 뜨거웠다.
월드비전은 후원금 인상을 공지한 이후부터 매일 평균 60~70명이 동의했으며 현재까지 4600건 정도 인상 신청이 접수됐다. 굿네이버스는 후원금이 인상되었지만 후원금을 인상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신규 후원회수가 2007년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2.6배나 늘어났다.
2007년부터 굿네이버스를 통해 탄자니아 아동을 후원해 온 최유경(26·전라북도 익산시)씨는 "내가 후원하는 아동이 굶주리거나 학교에 못 간다고 생각하면 후원금이 인상된다고 기부를 그만 둘 수는 없다"고 말했다.
우경임기자 woohah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