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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투데이]회계기준 바꾸면 월가은행들 살아나려나

입력 | 2009-03-19 02:53:00


‘좀비(시체)’ 은행으로 전락한 미국의 대형은행 3사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연이어 1, 2월에 흑자를 기록했다는 의외의 소식이 글로벌 증시 반등의 기폭제가 되고 있다. 기술적 지표로도 대형은행들의 주가 모양이 일제히 원형바닥 모양을 만들었기 때문에 바닥탈출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다.

하지만 대형은행 CEO들이 벌었다고 밝힌 이익이 과연 지속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 단순히 구조조정의 효과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공식적인 분기 보고서가 발표되면 이익의 질에 대한 검증이 이루어질 것이다. 은행 CEO들에 대한 신뢰성이 워낙 실추돼 있어 CEO의 발언에 정치적인 계산이 깔려 있을 소지가 있다는 의심도 받는다.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을 세금으로 구제할 것이 아니라 파산시켜야 한다는 여론이 빗발치고 있다. 대형은행을 파산시키고 차라리 은행을 신설하자는 제안이 설득력을 얻을 정도다. 노벨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는 아무리 돈을 쏟아 부어도 대출기능이 살아나지 않는 기존 대형은행에 매달려 있기보다는 이들에게 쏟아 부을 7000억 달러로 은행을 신설하면 10배의 신용창출 효과를 감안할 때 7조 달러의 신규대출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론적으론 맞지만 미국 정부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미워도 ‘홧김에 서방질’할 순 없는 노릇이다.

미국 대형은행들의 대출 기능을 살리기 위한 또 하나의 노력이 시가평가 회계처리 원칙의 수정 작업이다. 시가평가제는 자산가치를 가장 투명하게 현재가치로 표시하는 우수한 제도이지만 현재의 시가(폭락한 가격)는 공정한 가치(Fair Value·정상가격)가 아닐 수 있다는 주장도 일리가 있다.

물론 회계처리 방식의 변경만으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바뀌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사례로 최근 한국의 해운회사들이 기능통화제 도입에 따른 회계처리 방법을 변경한 사례가 있다. 외화부채가 많은 해운사들이 원화가치 하락으로 인한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기업의 실상을 왜곡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작년 4분기 실적부터 달러표시 회계처리로 변경했다. 이 때문에 외화부채 평가손실이 없어지고 오히려 원화부채 평가이익이 발생해 적자기업이 흑자기업으로 탈바꿈했다. 애널리스트의 호평(기업가치 상향)이 쏟아졌지만 주가는 오히려 하락했다. 주식시장은 펀더멘털의 변화 없이 회계처리 방법의 변경으로 인한 효과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은행 장부의 투명성을 후퇴시킨다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미 금융당국은 올해 1분기부터 적용 가능하도록 회계기준 수정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시가평가제가 완화되면 대형은행들의 건전성 지표가 개선되는 효과를 내게 되어 대출여력이 확대되기 때문이다. 정부에서 쏟아 부은 돈을 부실자산 상각에 덜 쓰게 하고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다. 은행의 대출여력이 확대되면 주택시장 하락이 멈추게 되고 그렇게 되면 은행의 추가 손실도 멈출 것이다. 펀더멘털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영리한 주식시장이 벌써 눈치를 챘을까?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