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미래의 금맥(金脈)’인 줄기세포 연구에 다시 시동을 걸었다. 미국 연방정부가 지난주 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재정지원을 7년여 만에 허용한 것은 이 연구가 가져다줄 천문학적인 이익과 혜택을 포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보수적인 기독교계의 의견을 받아들여 2001년 이후 줄기세포 연구를 제한하는 동안 경쟁국들은 바짝 추격했다. 영국과 일본의 성과가 눈부셨다. 영국은 인간의 난자와 다른 동물 세포 사이에 핵 세포를 교환하는 이종(異種) 간 체세포 복제를 허용하면서 주도국가로 떠올랐다.
▷일본은 생명윤리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새 기술을 개발했다. ‘만능 줄기세포’로 불리는 이 기술은 인간의 난자 대신에 피부세포를 사용해 바이러스를 주입하고 줄기세포를 추출한다. 종교적 비판을 피하려고 난자를 사용하지 않는 방식을 찾다가 얻은 결실이다. 독일 스페인 싱가포르 이스라엘도 선두그룹을 이루고 있다. 미국도 그동안 손놓고 있었던 건 아니었다. 캘리포니아 주의 경우 주 차원에서 해마다 3억 달러를 지원했다. 미국은 줄기세포와 관련된 논문과 특허 건수에서 여전히 세계 1위다.
▷한국의 줄기세포 연구는 2005년 황우석 논문조작 사건 이후 부진의 늪에 빠져 있다. 국민 상당수가 아직 그때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황우석 트라우마(정신적 외상·外傷)’라는 말이 나온다. 극도로 위축된 연구 분위기 속에서 정부의 관련 연구비 지원도 한 해 350억 원에 그치고 있다. 영국 정부가 연간 2700억 원, 일본 정부가 1000억 원을 투입하는 것과 비교해 크게 부족하다. 지원금도 지원금이지만 더 늦기 전에 줄기세포 연구의 재시동을 걸어야 한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이루는 일이 더 절실하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줄기세포의 세계시장 규모가 2012년에 가면 연간 324억 달러(약 4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는 과학자들의 의도대로만 된다면 인류의 질병 치료와 생명 연장에 혁명을 가져올 것이다. 경제효과는 훨씬 클 가능성이 있다. 미국 연방정부의 지원 재개로 촌각을 다투는 본격적인 ‘줄기세포 전쟁’이 시작됐다. 한국도 빨리 황우석 상처를 추스르고 연구 재개에 나서야 한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