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엔 마음껏 누려야 할 것이 두 가지 있다. 따뜻한 봄 햇살이 첫째고, 거리를 활보하는 사람들의 화사한 패션이 둘째다.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으로 패션 감각을 뽐내기 가장 좋은 계절. 비록 경기가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겨우내 아껴둔 예산으로 구입하는 봄 의상에 어울리는 핸드백 하나쯤이야 어떠랴. 패션잡화 브랜드에서 이처럼 매력적인 핸드백을 많이 내놓았는데 말이다》
실용성·친환경 강조한 명품 - 프레피룩 체크무늬 등 신상품 잇따라
○ 불황엔 명품도 ‘실용주의’
전 세계를 뒤덮은 경기 침체가 디자인에도 영향을 준 탓일까. 올봄 명품 가방은 유난히 ‘실용적인 디자인’을 강조한 제품이 많다.
이브생로랑이 최근 선보인 ‘이지 백’은 남성용 가방 ‘햄튼 백’에서 모티브를 따온 가방이다. 밑바닥을 넓게 만들어 외형보다 많은 휴대품을 수납할 수 있게 만들었고 가방 입구에는 지퍼를 달아 편하게 여닫을 수 있도록 했다.
이 가방은 작은 크기와 중간 크기 두 가지 종류로 만들어 소비자가 용도에 맞게 고를 수 있도록 한 것도 특징이다.
같은 회사에서 내놓은 ‘와이보(Y-bow)’백 역시 수납공간을 최대한 넓게 만든 것이 특징이다. 크기가 각각 다른 세 종류를 만들어 선택의 폭을 넓힌 것도 ‘이지 백’과 같다.
프라다에서 만든 ‘나일론 스탐파 피토네’ 핸드백은 나일론 소재로 만든 핸드백에 뱀가죽 사진을 전사(轉寫)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뱀가죽 질감을 살리면서 가볍고 유연한 나일론 소재의 특성을 그대로 살리기 위해 이런 방법으로 디자인했다는 것이 회사 측의 설명.
○ 자연을 닮은 핸드백
‘친환경’, ‘자연주의’ 바람을 타고 친환경 소재를 사용하거나 동식물 등 천연 소재의 모습을 차용한 디자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루이까또즈가 만든 ‘코오스 라인’ 핸드백은 가죽을 무두질하는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쓰이는 크롬 대신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 환경오염에 신경 썼다. 식물성 기름을 사용해 가공한 가죽은 질감이 부드럽고 가죽 본래의 특성이 크롬으로 가공한 가죽보다 덜 변한다고 한다.
이 핸드백은 색상도 황토를 연상시키는 차분한 느낌의 노란색이나 바위를 떠올리게 하는 회색을 사용해 ‘자연에 가까운 핸드백’이라는 콘셉트를 이어나갔다.
금강제화의 ‘발렌시아가 핸드백’ 중에는 악어가죽 무늬가 선명한 제품이 있다. 하지만 실제 이 제품은 악어가죽이 아닌 천연 쇠가죽으로 만들었다. 금강제화 측은 “최근 고객들이 인공적인 장식으로 멋을 부리는 디자인보다는 천연 소재의 질감을 살려 자연스런 멋을 내는 제품을 선호하는 경향이 있어 이같이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 불황 디자인 콘셉트, “반짝반짝 눈이 부셔”
화려한 디자인이 불황에 위축된 소비 심리를 일부 해소하는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패션 잡화에도 이러한 콘셉트의 제품이 늘고 있는 추세다.
앤클라인 뉴욕이 출시한 ‘나타샤 라인’ 핸드백은 빛을 잘 반사하도록 에나멜 처리를 악어가죽을 사용했다. 반짝이는 제품은 전통적으로 인기를 끌어온 데다 최근 불황에 화려한 제품을 찾는 사람이 늘면서 에나멜 소재의 핸드백을 디자인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남성용 잡화도 이제는 반짝이는 소재로 장식한 디자인이 인기를 끈다. 레노마에서는 그동안 남성용 제품에는 잘 사용하지 않던 큐빅 장식을 활용한 ‘원크리스털 지갑, 벨트 세트’를 만들었다. 여성 잡화처럼 항상 노출되는 제품이 아니기 때문에 반짝이는 소재를 사용해 한 번을 보더라도 사람들의 시선을 끌 수 있도록 디자인한 것이다.
○ ‘꽃남’ 열풍에 체크무늬도 인기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인기로 교복을 형상화한 ‘프레피룩’이 인기를 끌면서 프레피룩에 빠지지 않는 체크무늬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빈폴에서 만든 ‘자가드 빅체크 백’ 시리즈는 같은 색상에 명도만 달리 한 색으로 디자인하는 ‘톤온톤’ 방식의 체크무늬를 입힌 핸드백이다. 간격이 넓은 체크무늬를 가방 전체에 한두 번만 두르는 식으로 그려 넣어 절제미를 살렸다.
닥스에서 만든 ‘퍼즐 체크 라인’ 핸드백은 체크무늬를 ‘깍둑썰기’ 하듯 잘라 재배열한 독특한 디자인이 특징. 분홍과 검정을 혼합해 화사한 봄 분위기를 살리면서도 가벼워 보이지 않도록 신경 썼다.
이원주 기자 takeoff@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