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배낭여행 등 프로그램 다양… 市선 코스 보수-편의시설 확충
코발트빛 바다, 노란 유채, 초록 보리밭, 검은 돌담….
제주에 걷기 열풍이 불고 있다. 전국에서 ‘제주의 속살’을 천천히 걸으며 느끼려는 도보여행객들이 몰려오고 있다.
제주 걷기는 언론인 출신 서명숙 씨가 주축이 된 사단법인 ‘제주올레’(올레는 거리에서 집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을 뜻하는 제주 방언)가 불을 지폈다.
2007년 9월 성산읍 시흥에서 광치기 해안까지 1코스를 만든 뒤 바다와 오름, 마을 안길을 잇는 11개 올레 코스(198km)를 개설했다. 28일에는 대정읍 무릉2리에서 한경면 용수포구를 잇는 12코스가 열린다.
제주올레는 달리는 차창 밖으로 보는 제주가 아니고 ‘걸으멍 놀멍 쉬멍(걸으며 놀면서 쉬면서)’ 느릿느릿 제주를 즐기자는 그린투어다.
어쩔 수 없이 아스팔트를 거치기도 하지만 세계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색채의 향연과 섬사람의 절절한 삶의 모습을 보여주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레코스의 등장으로 제주 관광 패턴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혼자 또는 두서너 명이 배낭을 메고 며칠씩 걷는 여행객이 늘고 있다.
처음엔 코스 표시나 안내가 허술했지만 코스가 늘어나면서 노하우가 쌓여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올해는 신혼 이벤트, 거꾸로 걷는 올레, 올레 아카데미, 인증 도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선을 보이고 있다.
팔짱만 끼고 있던 제주도가 뒤늦게 지원에 나섰다. 최근 추가경정예산에 올레관광자원화 사업으로 10억 원을 배정했다.
시는 코스를 보수하고 편의시설을 확충할 뿐만 아니라 안내소 설치 및 거리표지판 정비도 할 계획이다.
‘올레꾼’들은 진흙탕길, 숲길, 절벽 길을 마다하지 않는다. 그런 길을 걸으며 자신을 돌아보고 자연의 품에 안기고 싶어 한다.
행정의 관심과 지원은 필요하다.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가 소중한 올레길이 행정이 나서면서 ‘탄탄 도로’로 변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기우에 그치길 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