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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피플] 63시티‘워킹온더클라우드’ 김현수 소믈리에

입력 | 2009-03-19 07:38:00


와인을 너무 잘 알고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때로는 자신이 마셔보지 않은 와인에 대해서도 ‘이럴 것이다’고 예단하고, 자신이 마셔본 와인이면 빈티지가 다르더라도 ‘이런 맛을 내는 와인이다’고 확신에 가득한 목소리로 말한다.

63시티 레스토랑 ‘워킹온더클라우드’의 김현수(39) 소믈리에는 이 지점에서 신중하다. 그는 병을 딸 때마다 다른 새로운 와인의 캐릭터를 스카치 위스키와 비교한다.

“스카치는 한번 맛을 알면 느낌이 정확합니다. 그런데 와인은 똑같은 제품인데도 불구하고 빈티지가 다르면 맛이 달라요. 같은 포도로 같은 양조장에서 같은 사람이 만드는 데도 천차만별입니다. 샤토 도작 2003년을 마셨다고 2005년을 논할 수는 없어요. 저는 경험하지 않은 이상 고객들에게 이 와인은 어떤 와인이라고 얘기하지 않습니다. 제가 마신 와인이라도 빈티지가 다르면 모른다고 얘기하죠. 그러면 손님 두 명 중 한 명꼴로 맛을 보라고 와인을 따라주는데 이 때만큼 즐거울 때가 없습니다.”

과신하지 않고 와인 앞에 겸손한 이런 태도는 손님에게 신뢰를 만들었다. 와인을 골라달라는 요청을 받으면 이야기를 통해 손님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와인을 찾고, 자신이 마신 실제 경험을 곁들여 친절하게 설명해주니 손님 입장에서 정말 필요로 하는 소믈리에가 아닐까.

그는 추천한 와인을 마시고 손님이 ‘당신 덕분에 좋은 와인 마시고 간다’라며 만족한 모습을 보일 때 일에 대한 보람을 느낀다. 그래서 항상 한 번 더 손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매니저라는 직책이 주는 성격상 테이블 매출이 중요하지만 고가 와인으로 유도하지 않는다. 저가라도 손님이 만족하는 와인을 골라주고, 결과적으로 신뢰를 통해 고객 재창출을 한다.

“손님이 지불하는 금액을 기억해둬요. 편안한 친구랑 왔을 때는 양을 늘리는 대신 가격을 편안하게 하고, 비즈니스 등 어떤 목적이 있는 자리면 고가 와인으로 가고, 대신 병수를 줄이도록 합니다. 고객과의 신뢰가 가장 중요하죠.”

바에서 근무하던 그는 2000년 회사 측 권유로 보르도와인아카데미에서 공부하고, 이듬해 프랑스 보르도 와이너리 투어를 하면서 와인에 빠져들었다. 물론 처음에는 해프닝도 많았다. 지금처럼 셀러를 비치하기 전에는 온도에 예민한 와인의 성격을 크게 인지하지 못해 손님도, 서브하던 소믈리에도 상한 와인인지 모르고 마신 적도 있다.

“해외에서 살았던 사람들이 한 번씩 불평을 했어요. 손님이 상했다고 하는데, ‘정상적인 걸 왜 그러냐’고 얘기했죠. 지금 생각하면 무지의 소치였습니다.”

작년부터 ‘코리아 와인 챌리지’ 결선 심사 위원을 맡고 있는 그는 언젠가는 규모는 작아도 누구나 와서 편하게 와인을 마실 수 있는 가게를 여는 게 꿈이다.

와인에 대한 애정을 지키고 있는 한 이는 꿈이 아닌 현실이 될 터다.

이길상 기자 juna1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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