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야구에서 ‘사람 좋으면 꼴찌’라고 한다. 거꾸로 말해서 비호감이면 1등이다.
운동을 잘 하는 선수들을 보면 한 성질씩 한다. 특히 미디어와 비우호적인 선수들이 발군의 기량을 발휘하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스즈키 이치로는 성깔 있고, 개성도 강하다. 그것을 좋게 표현해서 카리스마라고 한다.
KIA 이용규를 한국대표팀의 하와이 훈련부터 지켜봤다. 솔직히 첫 인상이 호감형은 아니었다. 콧수염에 오른 다리를 들고 배터리의 시야를 한차례 거슬리게 하는 타격은 가슴에 새겨진 코리아를 무시한다면 영락없는 일본 선수다.
그러나 야구만큼은 작은 체구에도 불구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캐스터들이 탄복할 정도로 잘한다.
미국인들이 애용해서 표현하는 ‘리틀 자이언츠’다. 보스턴 더스틴 페드로이아(175cm), 샌프란시스코 팀 린스컴(179cm) 등이 메이저리그의 대표적인 리틀 자이언츠다.
미디어가이드북에 이용규의 신장이 175cm로 나와 있지만 더 작아 보인다. 보통 운동선수들은 신장을 몇 cm 정도 부풀린다.
김인식 감독은 16일(한국시간) 멕시코전 후 기자회견에서 이용규의 주전 기용에 대해 “투수를 아주 괴롭히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삼진도 잘 당하지 않는 타자”라고 평가했다.
실제 투수는 이용규 스타일의 타격이 짜증날 수밖에 없다. 신장이 작아 스트라이크존이 좁고, 자신이 원하지 않는 코스의 볼을 커트하고, 누상에 주자로 나가면 쉼 없이 2루를 훔치려는 동작에 투수는 진이 빠진다.
페드로이아는 내야수이고, 이용규는 외야수다. 투수를 괴롭히는 스타일은 비슷한데 파워는 다르다. 페드로이아는 퍼올리는 플라이볼 타자고, 발이 빠른 이용규는 그라운드볼 히터다.
이용규는 멕시코, 일본전에서 게임메이커 역할을 했다. 이용규는 멕시코전에서 2-2 동점, 일본전에서 선취점을 빼앗는데 앞장서 한국을 4강에 끌어올렸다.
사실 WBC 대회에 들어가기 전 한국은 기동력 야구를 유독 강조했는데 이를 살린 것은 이용규다.
기존 톱타자 이종욱은 출루율이 떨어져 기동력을 살리지 못했다. 이용규의 발로 기동력이 살아난 것이다.
메이저리거와 각국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참가한 제2회 WBC 대회에 이용규는 리틀 자이언츠 1호다.
샌디에이고|문상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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