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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가 보는 세상]생각을 읽는 ‘뇌 MRI’ 명암

입력 | 2009-03-20 03:00:00


‘자기공명영상(MRI) 장치는 거짓말을 하지 않습니다.’

최근 미국의 한 회사가 이 같은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거짓말 탐지 서비스를 시작했다. 회사 이름도 ‘노 라이(No Lie) MRI’다.

이 회사는 MRI 장치로 촬영한 피의자의 뇌 이미지를 분석해 그의 말이 진실인지 거짓인지를 정확도 99% 수준으로 가려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학계에서 많은 논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앞으로 뇌 연구를 상업적으로 활용하는 기업은 계속 생겨날 것으로 보인다. 뇌 연구가 사람들의 미묘한 감정 변화나 정치경제적 성향까지 측정할 수 있을 정도로 진화해온 덕분이다.

일본 도쿄대 연구팀은 자기보다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소식을 들을 때 뇌에서 측핵이 활발히 반응한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측핵은 즐거움과 쾌감을 담당하는 부위다.

미국 뉴욕대 연구팀은 실수를 할 때 반응하는 뇌 영역인 전대상회가 보수적인 사람보다 진보적인 사람이 더 활발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활동과 정치적 성향이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과학자들은 더 나아가 왜 사람들이 특정 정치가를 지지하는지, 왜 소비자들이 특정 브랜드를 보면 구매하고 싶어 하는지도 뇌 과학으로 설명하고 있다. 뇌 과학이 본격적으로 사회와 융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최근 과학자들 사이에서는 머지않은 미래엔 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채용할 때 뇌를 측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예를 들어 타인과 공감하는 능력을 뇌 영상기기로 측정하는 장치가 개발되면 영업사원을 뽑을 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감정이나 능력을 아무리 잘 숨기고 포장해도 최신 뇌 영상기기 앞에서는 무력해진다.

한편 지금까지 상상하지 못했던 ‘뇌 과학적 차별’이 일어날 가능성도 커진다. 검증되지 않은 방법으로 측정한 뇌 반응 때문에 취업 기회를 뺏기거나 범죄를 저지르기 쉬운 뇌를 가진 사람으로 분류돼 감시를 받을 수도 있다. 설령 검증받은 뇌 반응이라도 그것만을 바탕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것은 심각한 혼란과 비판을 낳을 것이다.

뇌 과학을 어떤 방향으로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선택에 달려 있다. 첫 번째 발걸음은 우리의 뇌를 잘 아는 것이다.

김학진 고려대 심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