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조용준의 버핏 따라하기]맷집 센 ‘강소주’를 찾아라

입력 | 2009-03-23 02:56:00


현금 많고 점유율 꾸준한 맷집 센 ‘강소주’를 찾아라

《“대부분의 투자자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이 얼마나 많이 알고 있느냐가 아니라 모르는 것을 얼마나 현실적으로 정의하느냐입니다. 투자는 합리적이어야 합니다. 이해할 수 없다면 투자하지 말아야 합니다.” ―워런 버핏, 1992년 연례보고서. 주식은 불경기에 사야 한다. 또 주가가 크게 하락했을 때가 장기투자의 적기라는 점은 가치투자를 하려는 사람에게 더 이야기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당연한 이야기다. 하지만 경기 침체기에 주식을 사서 경기 활황기까지 장기투자를 하려면 리스크 관리를 할 줄도 알아야 한다. 잘못된 판단으로 인한 추가 손실의 확률을 줄이는 것이 바로 리스크 관리일 것이다. 》

○ 장기투자 위해선 종목분석 필수

한국 주식시장에서 장기투자자로 잘 알려진 신영마라톤펀드의 대표매니저 허남권 상무는 장기투자를 위한 리스크 관리법으로 ‘종목에 대한 분석’을 강조한다.

“리스크 관리는 장기투자에 필수적인 사항입니다. 즉 손해 볼 확률을 줄여야 합니다. 일단은 많이 아는 수밖에 없습니다. 직접 현장에서 많이 뛰어야 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기업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 주가가 하락했을 때 추가로 주식을 매입해야 할지, 아니면 팔아야 할지 결정할 수 있습니다. 공부해서 불확실성을 최대한 줄여야 합니다. 그러면 장기투자가 가능해집니다.”

오늘은 중소형주에 대한 공부 및 투자를 이야기해 보자. 중소형주는 시가총액이나 거래금액이 작다. 거래유동성 위험으로 인해 불황기에 주가 하락이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그래서 현재와 같은 경기 침체기에 기업 가치보다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해 장기투자를 하기에 좋은 투자 기회를 제공하곤 한다.

실제로 가치투자자에게는 매매 타이밍이나 보유 기간보다 기업가치와 가격이 투자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으로 크다. 버핏의 말처럼 “한번 사서 평생 보유한다”는 자세를 되새겨 본다면 거래유동성에 대한 부담을 지기보다 기업가치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값싸게 주식을 사는 방법 중 하나다.

○ ‘알짜 중소형주’ 어떻게 찾나

이제 중소형주에 대한 관심을 갖고 투자기준에 적합한 모델을 찾아보자. 투자기준에 적합한 회사는 일차적으로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회사다. 이는 시장규모가 작거나 정체되어 있더라도 시장의 일정 부분(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고, 대내외 변수에 의한 비용 통제가 어려워져도 최소한의 이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갖춘 회사를 말한다.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는 건 영업기반이 견고하다는 뜻이다. 꼭 1등 회사를 찾을 필요는 없다. 1등이 아니더라도 과거 몇 년간 꾸준하게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업계 간 경쟁에서 일정 부분 경쟁우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쟁우위에는 원가 기술 인력 경영진 등 여러 가지 요소가 있다. 참고로 버핏은 경영자의 능력과 정직성을 중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부환경이 어려울 때 버틸 수 있는 ‘맷집’도 중요한 요소다. 예를 들어 환율 상승은 수입업체에 반갑지 않은 소식이다. 그렇지만 외풍을 잘 견뎌낸 회사는 위기관리라는 경험 외에 ‘생존자 효과(Survivor's Effect·경쟁업체의 몰락으로 살아남은 회사의 영업기반이 확대되는 것)’도 기대할 수 있다.

건전한 재무구조를 가진 회사가 맷집이 좋은 경우가 많다. 특히 현금성 자산이 많을수록 불안한 외적 환경에 내성이 강하다. 경기가 나쁠 때 현금은 이자수익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현금이 미래의 불확실성을 상쇄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매자금이 풍부한 회사는 환율이 상승하면 결제 방식을 외상에서 선불로 바꿔 외환 손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으며, 구매와 관련한 금융비용도 줄일 수 있어 원가부담을 일부 해소할 수 있다.

○ 버핏이 장기보유한 ‘작지만 강한’ 종목들

버핏이 장기 보유한 주식 종목 중 ‘시즈캔디’가 있다. 버핏은 1972년 시즈캔디를 인수했다. 당시 시즈캔디는 캘리포니아에 영업기반을 두고 있었다. 이와 달리 동종업계 중 가장 규모가 컸던 ‘허시’는 미국 전역에 영업기반을 갖추고 해외에까지 영업망을 넓혀 가고 있었다. 버핏이 허시 대신 시즈캔디를 선택한 것은 투자 결정을 할 때 회사의 외형만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시즈캔디 외에도 버핏은 경제적 해자(垓子·중세의 성을 방어하던 연못으로 제품 독점력을 상징)를 갖춘 기업이라면 외형과 관련 없이 매입했다. ‘네브래스카 퍼니처 마트’, ‘버펄로 뉴스’도 버핏이 장기간 보유한 주식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듯 이들 회사는 미국 특정 주(州) 내의 가구 및 신문시장에 영업기반을 갖춘 회사들이다. 이들 회사는 영업망 확대보다 ‘작지만 강한’ 체질을 유지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가치투자를 지향하는 투자자에게 회사의 외형은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외형이 아니라 내실일 것이다. 이제 작지만 강한 중소형주에도 관심을 가져보자.

필자는 버핏이 선호할 만한 중소형주로 ‘롯데삼강’을 들고자 한다. 롯데삼강은 국내 4위의 빙과류 제조회사이며 2002년 이후 줄곧 17∼18%의 시장 점유율을 유지해 왔다. 주력 제품인 돼지바, 구구콘은 독자들에게도 친숙할 것이다. 만약 롯데삼강 주식을 2000년부터 보유했다면 연평균 18.7%라는 주가 상승을 경험했을 것이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가 연평균 1.5% 상승한 점을 고려할 때 매우 양호한 실적이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