禮란 무엇인가? 예는 행동을 절제하고 욕망을 조절하며 관계를 조화시킨다. 容貌(용모)나 威儀(위의)로 나타나는 예법만 아니라 그 근거가 되는 이치를 뜻하기도 한다. ‘논어’ 泰伯(태백)편의 이 章에서는 후자의 禮에 대해 말했다.
恭而無禮則勞에서 恭은 恭遜(공손)이란 뜻이다. 勞는 勞苦(노고)나 不安(불안)으로 풀이한다. 而는 앞말의 흐름을 역전시켜 ∼하되 ∼하다로 이어준다. 則은 원인, 조건의 구와 결과의 구를 묶어준다. 같은 짜임의 구가 이어지므로 아래 세 구문도 첫 구와 같은 식으로 풀이하면 된다. 愼而無禮則사에서 愼은 愼重(신중), 사(사·시)는 畏懼(외구)나 不怡(불이·기쁘지 않음)의 뜻이다. 정약용은 예에 맞지 않고 지나치게 조심하면 안색이 언짢게 된다는 뜻으로 보았다. 勇而無禮則亂에서 勇은 勇猛(용맹), 亂은 亂暴(난폭)이나 紊亂(문란)이다. 直而無禮則絞에서 直은 剛直(강직), 絞는 急切(급절)이나 迫切(박절)이다.
팔일(八佾)편에서는 예법에 편향되는 일을 경계하여 ‘회사후소(繪事後素)’를 강조했다. ‘그림 그리는 일은 흰 바탕이 있은 다음이다’라고 해서 忠信(충신) 등의 내용이 우선이고 예법은 뒤라고 말했다. 반대로 예의 절제를 받지 않으면 어떠한 덕목도 올바르게 구현될 수 없다. ‘예기’ 仲尼燕居(중니연거)편에 보면 공경하되 예에 맞지 않으면 野(야), 공손하되 예에 맞지 않으면 給(급·아첨함), 용감하되 예에 맞지 않으면 逆(역)이라 한다고 했다. 恭(공)·愼(신)·勇(용)·直(직)은 과연 훌륭한 덕목이지만 바르게 실현하려면 예에 부합해야만 한다.
심경호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