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괴 상품 속속 등장
“디플레 재연” 우려 목소리
일본은 세일 중?
일본에서는 지난해 가을 이후 파격적으로 가격을 내린 상품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23일 요미우리신문은 “1990년대 후반 일본을 짓눌렀던 디플레이션 사회가 다시 온 것 아니냐는 목소리마저 들린다”고 전했다.
중저가 의류업체인 유니클로의 모기업인 패스트리테일링은 이달 파격적인 저가 브랜드 ‘지유’를 내놓았다. 가격대는 청바지 한 벌이 990엔으로 유니클로의 4분의 1 선. 유니클로는 일본산 원단을 중국 공장에서 봉제하는 데 비해 지유는 중국산 원단을 사용해 인건비가 싼 캄보디아에서 봉제해 제조원가를 더욱 낮췄다.
가구회사인 ‘니토리’는 지난해 봄부터 1300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20% 인하했다. 제조에서 판매까지 직접 관리해 제조원가를 낮추고 점포 운영비도 줄인 결과다.
유통업체인 ‘이온’은 20일부터 3400개 품목의 가격을 내렸다. 취급하는 상품수를 줄이는 대신 상품당 구매량을 늘려 구매 단가를 낮췄다. 역시 유통업체인 ‘세븐 앤드 아이’도 18일부터 식료품 등 2600개 품목의 가격을 15∼30% 인하했다.
월마트 자회사인 슈퍼마켓 체인 ‘세이유(西友)’는 지난해 11월 이후 식료품 등 3800개 품목의 가격을 순차적으로 내리고 있다. 모회사인 월마트를 통해 전 세계에서 대량으로 저가품을 사들일 수 있는 게 최대 강점. 유통업체 중 가장 먼저 내건 저가 전략이 주효해 불황 속에서도 지난해 11월부터 점포당 매출액이 전년 동기를 넘어섰다.
한편 요사노 가오루(與謝野馨) 일본 재무상은 22일 TV아사히에 출연해 “경기침체 극복을 위해 20조 엔가량을 추가로 투입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최근 몇 달간 경기가 예상보다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며 “내년 3월 말까지인 2009회계연도 성장 전망치도 더 낮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4분기(10∼12월) 국내총생산(GDP)이 연율 기준으로 12.1% 감소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09년 일본 경제성장률이 ―5.8%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