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측 ‘화해’ 타진에 박근혜 ‘냉담’
李측근 “정치적 복권 도와달라”
朴 前대표 “우리와 관련없는 일”
이달 29일 전후 귀국할 예정인 이재오 전 한나라당 의원이 박근혜 전 대표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화해의 손길을 내밀고 있으나 박 전 대표의 반응은 냉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의원의 일부 측근은 최근 친분이 있는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에게 “이 전 의원이 정치적으로 ‘복권’될 수 있도록 도와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23일 알려졌다. 하지만 이 말을 전해들은 박 전 대표는 “우리와 관련 없는 이야기 아니냐”면서 차가운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이 전 의원의 한 측근은 “박 전 대표로부터 정치적 복권을 받지 못하면 이 전 의원의 재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의 측근들이 친박의 좌장인 김무성 의원을 차기 원내대표 후보로 거론하는 것도 이런 흐름과 무관치 않다. 이 전 의원과 김 의원은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서 생긴 앙금을 아직 풀지 못한 상황이다.
이 전 의원은 2007년 대선후보 경선 후 “박근혜 전 대표 측이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다”고 드러내놓고 비판했다가 박 전 대표로부터 “오만의 극치”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 일로 그는 정치적으로 큰 치명상을 입었다. 또 당 화합을 우선하는 이상득 의원으로부터 ‘화합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견제를 받기도 했다.
친박 진영의 강경파 의원들은 이 전 의원의 귀국을 경계하는 눈치다. “어차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이 전 의원이 차기 대선에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지금부터 발을 묶어 놔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 친박 의원은 “지금은 원외라는 한계 때문에 약자 행세를 하고 있지만 재선거에서 당선돼 원내로 입성하면 당을 휘저을 게 분명하다”고 말했다.
이 전 의원은 귀국과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 관계없이 ‘정치의 중심’에 설 수밖에 없는 운명이다. 그는 10개월 동안 사실상 ‘정치적 유배’를 당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50명 이상의 여당 의원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들의 충성심도 여전하다.
하지만 그는 원외라는 한계가 있다. 그의 측근들은 “섣부른 정치 행보를 하다가 역풍을 맞으면 재기가 아예 불가능할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비운의 운명을 맞는 2인자’가 되지 않기 위해선 당분간 잊혀진 인물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박 전 대표와 극적으로 화합을 시도할 경우 이 전 의원의 복권이 자연스레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도 있지만 그의 행보는 당분간 무거울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