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인 가리지 않고 건넨 돈 100억 육박
기업인수 등 뇌물성 자금도 40억~50억 달해
이종찬 前수석 변호사 개업비용 대준 의혹도
세무조사 무마 시도 로비, 사정당국자에 대한 뇌물성 자금 전달, 농협의 자회사 휴켐스 인수 청탁 로비, 여야 정치인들에게 불법 정치자금 지원 등 총 142억 원+α.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속도를 내면서 박 회장이 뿌린 돈의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야 정치인의 ‘사금고?’=현재까지 검찰 수사 등에서 박 회장으로부터 여러 가지 명목으로 돈을 건네받은 것으로 밝혀진 정관계 인사는 10명 안팎에 이른다. 이들에게 박 회장이 건넨 돈의 액수는 이미 100억 원을 훌쩍 뛰어넘었다.
특히 씀씀이가 큰 것으로 알려진 박 회장의 자금은 여야 정치인들에게는 선거 출마 등 정치활동 목적으로 쓸 돈을 공급해 준 사금고 역할을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이 불법 정치자금으로 결론 냈거나 혐의를 두고 있는 금액만 25억 원이 넘는다. 18대 국회의원 선거의 선거구당 평균 법정선거비용이 1억8600만 원인 점을 감안하면 박 회장 혼자서 국회의원 10여 명을 출마시키고 남을 돈을 퍼다 부은 셈이다.
박 회장의 정치자금 지원은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공평’했다. 박 회장은 2002년 대통령선거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을 지내면서 한나라당에 특별당비로 10억 원을 건네는 한편 노무현 민주당 대선 후보 캠프의 안희정 씨에게는 불법 대선자금 7억 원을 건넸다.
최근 검찰 수사에서 새로 드러난 정치인도 여야를 아울렀다. 경남도지사 보궐선거에 출마한 장인태 전 행정자치부 2차관, 경남 김해갑 국회의원 재선거에 출마한 이정욱 전 한국해양수산개발원장은 옛 열린우리당 후보였다.
반면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한 송은복 전 김해시장은 한나라당 후보였다. 이들 모두 박 회장으로부터 선거자금 명목의 불법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여기에 노무현 전 대통령 측으로 건너간 것으로 보이는 자금 500만 달러(약 47억 원)와 지난해 3월 차용증을 받고 빌려준 15억 원을 합치면 정치권 인사에게 건너간 돈만 100억 원 가까이 된다.
▽돈으로 안 되는 게 없다?=박 회장은 자신의 사업을 확장할 때나 위기를 겪을 때마다 돈을 아낌없이 썼다. 박 회장은 농협의 알짜 자회사인 ‘휴켐스’를 태광실업이 인수할 때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에게 일찌감치 20억 원을 건넸다.
박 회장이 2007년 정 전 회장에게 250만 달러(약 22억 원)를 홍콩의 계좌를 통해 건넨 사실도 최근 추가로 드러났다.
추부길 전 대통령홍보기획비서관에게는 국세청 세무조사 무마 청탁을 하면서 2억 원을 건넸고, 박정규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게는 현직에 있을 때 직무와 관련된 1억 원가량의 금품을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결국 세무조사 무마나 기업인수를 위한 로비 자금 등으로 박 회장이 쓴 뇌물성 자금은 드러난 것만 40억∼50억 원에 이른다.
이런 엄청난 금액을 뿌린 것에 대해 박 회장과 가까운 인사들은 “박 회장의 통이 크고 화끈한 성격 때문이다”라고 입을 모은다.
박 회장이 용돈이라며 친구 어머니에게 건넨 봉투에 5000만 원이 들어 있어 주변 사람들을 깜짝 놀라게 한 적도 있을 정도다.
한편 지난해 7∼11월 태광실업이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게 되자 박 회장을 위한 대책회의에 참석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이종찬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이 전 수석은 2003년 초 변호사 개업을 할 때 사무실 임대비용을 박 회장이 대줬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투자자문회사를 운영하던 동생이 당시 박 회장에게서 7억 원을 빌렸는데 이 중 5억4000만 원을 동생으로부터 빌려 사무실 임대보증금으로 썼다가 그해에 모두 갚았다”고 밝혔다.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동아닷컴 신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