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분양 아파트가 늘어나 문제라던데…왜 그런가요
【Q】경제 위기로 미분양 아파트가 많아서 문제라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미분양 아파트란 어떤 것이고 이것은 왜 문제가 되나요?
아파트 무리한 건축 경쟁으로 공급 넘쳐
‘건설사 도미노 붕괴’땐 또다른 경제 재앙
미분양(未分讓) 아파트란 건설사가 당초 분양하기로 했던 아파트들 중 팔리지 않은 아파트를 말합니다. 미분양 아파트는 일반 상품에 비해 덩치가 크고 가격도 비싸지만 팔리지 않은 자동차나 휴대전화 컴퓨터 TV 등과 근본적으로는 같은 셈입니다.
회사마다 다소 차이가 있지만 요즘 한국 건설사들 대부분의 가장 큰 고민은 미분양 아파트입니다. 건설사도 주택이라는 상품을 판매해 얻는 수익으로 운영되는 기업이기 때문입니다. ‘상품이 안 팔리는 기업은 문을 닫는다’는 점에선 건설사들도 예외일 수 없는 거죠.
그렇다면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얼마나 될까요.
국토해양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말 기준으로 전국의 미분양 아파트는 총 16만2693채입니다. 지난해 12월 말(16만5599채)보다는 약간 줄었지만 지난해 1월 말(12만3371채)에 비해선 4만 채 정도 늘어났습니다. 2006년 12월 말 총 7만3772채였던 미분양 아파트가 불과 2년 1개월여 만에 2배 이상으로 급증한 것입니다.
이처럼 미분양 아파트가 급속히 늘어난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2000년대 초반부터 아파트를 구입하려는 사람이 많아졌습니다. 아파트 값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였고요. 건설사들 편에서 보면 당시 아파트는 수요가 넘치고 가격도 오르는 ‘일등 상품’이었습니다. 이에 따라 큰 건설사, 작은 건설사 할 것 없이 너도나도 아파트를 짓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건설사가 고객이나 시장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조사도 하지 않은 채 무턱대고 아파트를 지었습니다. 고객들에게 인기 없는 지역에 대형 아파트 단지를 조성하기도 했고 수요자가 잘 찾지 않는 크기의 아파트를 짓기도 했습니다.
주택 경기가 좋은 시절부터 이미 ‘미분양 사태’가 발생할 수밖에 없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었던 거죠.
미분양 아파트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한 건설사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이렇게 표현했습니다.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파트는 만들기만 하면 다 팔 수 있는 분위기였습니다. 그렇다 보니 시장조사를 철저히 하는 회사가 많지 않았죠. 지금 생각해보면 어떻게 그렇게 무모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문제는 2007년 하반기부터 부동산 경기가 조금씩 꺼지기 시작한 점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08년 하반기에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습니다. 가뜩이나 경제가 안 좋아지고 있던 시점에 전 세계 경제를 얼어붙게 만든 메가톤급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것이죠.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수입은 줄고 기존에 보유하던 집값도 떨어졌습니다. 그만큼 새 아파트를 구입할 수 있는 여력을 지닌 사람들도 줄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 보니 수도권처럼 전통적으로 분양이 잘되는 지역에 세운 아파트들조차도 분양이 잘 안 되기 시작했습니다. 국토부 자료에 따르면 1월 말 현재 수도권의 미분양 아파트 수는 2만5531채나 됩니다.
미분양 아파트로 많은 건설사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특히 그동안 주택사업에 집중해 온 건설사들이 겪는 어려움은 더더욱 큰 상태입니다.
건설업은 특성상 많은 사람을 고용할 수 있어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큽니다. 또 건설사들은 시중은행을 비롯한 많은 금융회사로부터 돈을 빌려 사업을 진행합니다.
바꿔 말하면 미분양 아파트로 인한 어려움을 이겨내지 못한 건설사들이 무너지게 되면 그만큼 일자리도 줄고 금융회사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게 됩니다. 지금 같은 경제위기 상황에서 건설사들의 ‘도미노 붕괴’는 국가 경제의 엄청난 재앙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지난달 정부는 서울을 제외한 지역의 신축 및 미분양 주택 구입에 대한 양도소득세를 5년간 면제 또는 감면해 주기로 했습니다. 또 이달 들어선 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도를 폐지했습니다.
정부의 이러한 규제 완화 움직임은 미분양 아파트 판매를 늘리고 부동산시장을 활성화해 건설사들의 경영난을 해결해 주기 위한 목적도 있습니다.
이번 위기를 계기로 건설사들이 무리한 공급 경쟁에서 벗어나길 바랍니다. 그래서 앞으로는 지금 같은 ‘미분양 사태’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기대합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