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맞서서 소송을 벌이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승산 없는 게임에 시간과 돈을 허비하는 딱한 사람들이다. 거대한 국가기관에 맞서 싸우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와 같이 어리석은 일이다. 오죽 억울하면 승산이 없는 투쟁을 벌이겠는가 하는 동정도 있지만 억울하더라도 참는 것이 경제적으로는 이득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왜냐하면 절대로 이기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을 위한 총공세에 돌입했다. 주택시장 방어의 선행대책은 은행들의 대출기능을 살리는 일이다. 물론 모기지 대출금리 떨어뜨리기도 포함된다. 모기지채권 매입과 제로금리의 대규모 유동성 공급에도 불구하고 살아나지 않는 은행의 대출기능 회복을 위해 추가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시가평가제 유보, 공매도 제한 조치 재도입에 이어 지난주에는 3000억 달러에 달하는 대규모 국채 매입을 통한 통화 공급 확대 조치, 이번 주에는 은행 부실자산 처리용 공동펀드 세부안 발표로 전방위적인 파상 공세를 퍼붓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주택시장의 안정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세계 금융시장 안정 기대감도 한층 높아지고 있다. 공공펀드 조성안은 지난달 초안을 발표했을 때부터 부실자산의 가격산정 어려움 등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한 전문가들의 의견이 많았으나 구체적인 세부안이 발표되자 의외로 시장 반응이 뜨겁다. 대형 펀드들이 적극 참여를 선언했다.
한편 과도한 통화량 공급의 부작용인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져서 달러가 약세로 기울었고 대표적인 인플레이션 헤지 상품인 금 가격이 오르고 유가를 비롯한 상품가격도 덩달아 가격이 치솟고 있다.
미국 정부의 정책에 관한 비판론의 핵심은 인플레이션 우려이다. 인플레이션은 무조건 ‘나쁜 놈(The Bad)’이라는 전통적인 관념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인플레이션이 이미 디플레이션으로 망가진 미국 경제에 대혼란만 초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다른 시각으로 보면 인플레이션과 약달러는 현 시점에서는 미국 기업에 ‘좋은 놈(The Good)’이다. 대공황 이후 최악의 디플레이션으로 망가진 미국 경제와 기업에는 강달러가 오히려 더 나쁘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오는 글로벌 기업들은 달러 강세 때문에 두 자릿수 성장에서 적자로 돌아섰다. 환율 때문에 경쟁사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 따라서 약달러는 해외 소비자들의 미국 상품 구매를 촉진시키게 되어 맥도널드 코카콜라 같은 기업들의 매출이 늘어나게 된다. 미국 은행들의 부실자산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매력도 커지게 되어 달러 약세는 미국 내로 더 많은 이익을 가져다준다.
당신은 미국의 통화팽창정책 트렌드를 어떻게 투자에 연결할 것인가. ‘중앙은행과 맞서 싸우지 말라(Don't fight against the Fed)’란 미 증시 격언이 있다. 결국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시장에서 작동하게 된다는 의미다. 채권왕 빌 그로스는 이번 공공펀드 참여를 선언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중앙은행과 악수하라(Shake hands with the Fed)”
박춘호 이토마토 경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