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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의 칼끝 10여차례… ‘386-親盧 상징’ 이광재 끝내 몰락

입력 | 2009-03-27 02:58:00

사퇴소식에 고민 깊은 丁대표민주당 정세균 대표가 26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제위기 극복 및 일자리 창출 특별위원회 자문회의에 참석해 이광재 의원의 의원직 사퇴 의사를 다룬 국내 언론기사를 살펴보고 있다.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의 전북 전주 덕진 출마 문제에다 이 의원 사퇴까지 겹쳐 정 대표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안철민 기자


李의원 ‘정계은퇴’ 초강수로 결백주장 배수진

봉하마을 盧 前대통령은 아무런 언급도 안해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으로부터 1억6000여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26일 구속 수감된 이광재 의원(44)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자 대표적인 386 정치인이다. 이 때문에 그의 정계 은퇴 선언을 ‘386 정치인의 몰락’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의 20년 정치적 동지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당 안희정 최고위원과 더불어 ‘좌(左)희정, 우(右) 광재’로 불릴 정도로 최측근으로 통했다.

그는 연세대 83학번으로 운동권 학생 출신이다. 1987년 경찰 수배를 피해 부산에 내려갔다가 노 전 대통령을 만나면서 인연을 맺는다. 이 의원은 노 전 대통령이 처음 정치에 입문한 1980년대 후반 국회의원 보좌관을 지냈다. 2002년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 선대위 기획팀장을 맡아 핵심 브레인 역할을 했다.

그의 정치역정은 순탄치 않았다. 이 의원은 2003년 2월 노무현 정부 출범과 함께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이라는 중책을 맡았다. 하지만 청와대에서 그의 역할이 지나치게 커지자 당시 천정배 열린우리당 원내대표는 “정보와 권력을 독점한 문제의 핵심인물을 경질해야 한다”면서 그의 퇴진을 요구했다. 이 바람에 ‘살아있는 권력’이던 그는 1년도 못 돼 청와대를 나와야 했다.

그는 2004년 17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들어왔다. 하지만 검찰의 권력형 비리 수사 때마다 ‘이광재’라는 이름은 ‘약방의 감초’였다. 검찰의 수사와 내사는 10여 차례나 됐다. 노 대통령 측근 비리 의혹과 유전사업 비리 의혹 등 2번의 특검은 이 의원을 겨냥한 것이었다. 3차례 기소됐지만 실형이 선고되거나 구속 수감된 경우는 없었다.

그는 작년 4월 18대 총선 때 재선에 성공했다. 최근엔 내년 6월 지방선거 때 강원지사에 도전하겠다는 포부를 키워 왔다. 정권이 교체된 이후 이 의원은 S해운 수사와 박연차 수사에서 비리 의혹을 받았다.

그의 정계 은퇴 선언은 ‘준비된’ 것이란 분석이 적지 않다. ‘S해운 사건’으로 기소된 직후인 16일 그는 홈페이지에 “마음이 무거울 때면 그 마음을 내려놓는 것이 당연할 것”이란 내용의 글을 띄웠다. 또 동료 의원들에게는 “이렇게까지 정치를 해야 하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한다. 구속 영장이 청구된 23일에는 지역구민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을 빌려 “사실 여부를 떠나 상처투성이로 공직을 수행한다는 것이 인간적으로 힘들고 회의도 든다. 차라리 의원직을 사퇴할까 하는 생각을 수도 없이 해봤다”고 토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그의 정계 은퇴 선언 소식을 듣고 이렇다 할 언급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5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권력은 짧다. 정치하지 마라”는 내용의 글을 띄웠다. 노무현 정부 때 요직을 지낸 한 인사는 “노무현 386 측근의 몰락”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 의원이 초강수를 던진 것은 자신의 결백을 부각시키기 위한 ‘배수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또 이 의원의 선언이 실제로 이어질지는 더 두고 봐야 한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이 의원은 26일 밤 구속 수감되기 전 찾아온 송영길 최고위원에게 “의원직 사퇴의 시기와 방법은 당 지도부와 조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소집해 의원직 사퇴를 만류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 의원의 구속 수감에 대해 “검찰 수사권을 남용한 야당 탄압”, “표적 사정”이라며 강력 반발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도주 및 증거 인멸의 우려가 없는 야당 현역 의원을 무조건 구속부터 하는 검찰의 태도를 규탄한다”면서 “검찰이 정말 성역 없는 수사를 하고자 한다면 여권 실세에 대해서도 똑같이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동아닷컴 정주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