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로켓발사 카운트다운… “발사순간 먼저 잡아라”
‘북한 미사일을 먼저 정확히 잡아라.’
북한이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는 장거리 미사일 발사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한국과 미국, 일본의 최신예 이지스함이 동해에 속속 배치돼 자존심을 건 승부를 펼칠 예정이다. 한미일 3국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맞서 공조체제를 형성한 것이지만 누가 발사 순간을 먼저 포착하고 궤적과 탄착지점을 정확히 추적하느냐를 둘러싼 선의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28일 이후 동해에 배치될 한미일 이지스함은 총 5척에 달한다. 27일 북한 로켓의 파괴조치 명령을 발동한 일본은 조만간 해상자위대 소속 이지스함 곤고(金剛·DDG-173)와 조카이(鳥海·DDG-176)를 동해에 배치할 계획이다. 두 함정은 탄도미사일을 150km 이상의 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해상배치형 요격미사일인 SM-3를 장착하고 있다. 일본은 또 북한 미사일이 일본 열도 상공을 지날 경우 추적 감시를 위해 이지스함 기리시마(霧鳥·DDG-174)를 태평양에 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최근 끝난 한미연합군사연습 ‘키 리졸브’에 참가한 채피(DDG-90)와 존 매케인(DDG-56) 등 이지스 구축함 2척을 동해에 계속 배치해 북한 미사일 추적 임무를 수행하도록 했다. 한국 해군도 해군작전사령부 부산기지에 정박 중인 이지스함인 세종대왕함을 금명간 동해로 파견해 북한 미사일 발사에 대비하도록 했다.
첨단 다기능 위상배열 레이더를 장착한 이지스함은 수백 km에서 최대 1000km 밖의 항공기나 음속의 8배 이상으로 비행하는 탄도미사일의 궤적과 탄착지점을 족집게처럼 추적 감시할 수 있다. 특히 세종대왕함과 채피는 최신형 SPY-1D(V) 레이더를 장착해 1024km 밖의 탄도미사일도 추적할 수 있어 다른 이지스함보다 감시 능력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세종대왕함은 SM-3 미사일이 없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상 처음으로 북한 미사일의 독자적인 추적 감시 임무를 수행하는 세종대왕함에 대한 관심은 특히 높다.
북한이 1998년과 2006년 함북 무수단리 기지에서 각각 대포동 1호와 2호를 발사했을 때 한국은 미국과 일본 이지스함들의 ‘맹활약’을 부러운 시선으로 지켜봐야 했다. 군 고위 관계자는 “당시 북한 미사일의 발사순간과 궤도를 포착 탐지할 수 있는 전력이 없어 미일 당국이 이지스함 등으로 동해에서 수집한 ‘특급첩보’에 목을 매야만 했다”며 “이번엔 그런 일은 없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도 북한 미사일 발사가 한국 이지스함의 성능을 파악할 기회로 눈여겨보고 있다. 척당 1조 원인 넘는 세종대왕함이 북한이 쏜 미사일을 가장 먼저, 정확히 포착해 추적한다면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의 군사력이 재평가 받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세종대왕함에 SM-3 요격미사일을 장착하는 등 미사일방어(MD) 체제에 대한 논의가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하지만 세종대왕함이 제 성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엔 부담도 클 수밖에 없다. 군 소식통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자칫 한미일 간 이지스함의 성능 경쟁으로 비칠 수 있어 군 수뇌부도 적잖은 부담을 느낀다”며 “세종대왕함이 맡은 임무를 완벽히 수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일본은 북한이 쏜 미사일이 엔진 결함 등으로 정해진 궤도를 벗어나 자국 영해나 영공으로 진입할 경우 2척의 이지스함에서 5, 6기의 SM-3 미사일을 쏘아 올려 1차 요격에 나설 방침이다. 또 1차 요격이 실패하거나 미사일에서 분리된 추진체가 일본 영토로 떨어질 경우 육상자위대 소속 패트리엇(PAC-3) 지대공 미사일이 2차 요격을 할 계획이다.
하지만 북한이 국제항공기구(ICAO)에 통보한 대로 미사일이 대기권 밖 상공을 통과해 정해진 궤도를 날아갈 경우엔 국제규정에 따라 요격이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해 가와무라 다케오 관방장관도 25일 관계각료회의에서 “북한의 통보대로라면 (로켓이) 일본에 낙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밝혔다. 또 SM-3와 PAC-3 미사일의 요격 성공률이 50% 안팎이기 때문에 일본이 실제로 요격에 성공할지 장담하기 힘들다는 관측도 나온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